대한외과학회가 평점을 채우지 못한 전공의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구제를 해줘야 한다’는 동정론과 ‘원칙에 입각해 조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구제를 하자니 원칙이 무너지고, 원칙대로 하자니 제자들의 미래가 우려되는 만큼 학회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대한외과학회는 27일 ‘2022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외과 주임교수 및 과장회의를 열고 전공의 평점 미이수자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외과 전공의들은 연간 3평점 이상, 전체 수련기간 동안 총 15평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3년 수련을 마쳤더라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학술대회는 매 연차 당 외부 1회 이상, 원내는 80회 이상 참석해야 하며, 외부 학술대회 참석은 대한외과학회만 인정된다.
문제는 일부 전공의가 평점을 이수하지 않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박탈 당할 위기에 놓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3년차 전공의 30여 명이 평점 미이수로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고, 학회는 고심 끝에 추가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이들을 구제했다.
하지만 올해도 평점 미이수자가 발생했고, 이들에 대한 처리 문제가 화두로 부상했다.
일단 학회 집행부는 ‘원칙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반복적인 구제책 마련은 자칫 수련 교과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원칙에 입각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평점을 이수하지 못한 전공의는 물론 소속 수련기관에 대해서도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 학회는 이날 주임교수 및 과장회의에서 3년차 전공의 중 평점을 이수하지 않은 20명의 소속 병원명을 공개하며 연대 책임론을 예고했다.
이들 병원 소속 3년차 전공의 20명은 평점이 5~7점으로, 전문의 자격시험 전까지 15점을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원칙대로라면 이들은 전문의 시험 자체를 응시할 수 없게 된다. 3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대한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고려의대)는 “반복적인 구제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며 “언젠가는 끊고 가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평점 미이수가 전공의 개인 책임감 부재 탓도 있지만 소속 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할 수도 있는 만큼 연대 책임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차적으로는 전공의 개인의 문제이지만 상황이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병원의 수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외과학회는 오는 6월 이사회를 열고 평점 미이수 전공의 문제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