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혈압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목표치가 세분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과 의사들은 이에 대해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 진료지침위원회 세션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압관리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목표치가 세분화 될수록 진료 시 혼란이 있고, 부작용 및 약 조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김혜진 아주의대 내과 교수는 “당뇨병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혈압 조절은 중요하지만 혈압을 얼마나 낮추는 게 적정한지에 대한 권고는 계속 변화해왔고 현재 진료지침도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에는 목표치를 개별화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 가장 최근 기준인 지난해 당뇨병학회의 진료지침 상 당뇨병 환자의 혈압목표치는 140/80mmHg,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환자는 130/80mmHg 등으로 설정돼 있다.
김상용 조선의대 내과 교수는 적절한 혈압목표치 설정을 위해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목표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당뇨병학회도 2년마다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혈압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목표치를 낮추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느슨하게 하면 또 문제”라고 말했다.
김학령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도 “혈압목표치가 낮을수록 좋긴 하나 부작용을 반드시 감안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고혈압학회도 당뇨병환자 혈압 목표 조정···진료현장은 일부 혼란 예상
지난 11일 대한고혈압학회는 4년 만에 새 진료지침을 발표하고 심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비만·흡연·고령 등 위험인자가 있거나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혈압목표치를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조정했다.
이날 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에 대한 안도를 표하는 시선과 동시에 진료현장에서 초래될 혼란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전숙 경희의대 내과 교수는 “당뇨병 여부에 따라 달라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하기에 복잡한 지침인 것 같다”며 “실제 진료를 볼 때 어려움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지성 영남의대 내과 교수도 “혈압목표가 세분화돼있어 친절한 것 같으나 진료에 적용할 때는 복잡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단순히 혈압목표치를 낮추는 것 뿐 아니라 목표 조절 과정에서의 부작용 등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윤지성 교수는 “혈압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안전성 등을 고려해서라고 볼 수도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고혈압환자의 혈압을 급격히 떨어뜨리면 어지러움이 나타나고, 약제에 의해 부작용이 유발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치 자체는 130/80mmHg로 잡되 천천히 목표에 이를 수 있도록 할지, 약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하는 게 임상의사들의 과제가 돼야 할 것 같다”고 역설했다.
김상용 교수도 “고혈압 당뇨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가 140/80mmHg을 벗어난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혈압 목표치도 중요하지만 언제부터 약제를 써야하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근거는 부족하지만 약제 사용의 기준도 낮춰서 낮은 혈압에서 낮은 용량의 약제로 조절하는 게 낮지 않을까”라며 “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학령 교수는 “혈압 강하 시 어지럼증, 쓰러짐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에 공감한다”며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한데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서히 혈압을 낮춰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