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척추 속에 들어있는 신경줄기다. 이 곳이 손상되면 신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다친 곳 아래쪽으로 팔, 다리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마비된다.
교통사고나 낙상과 같은 사고시 척수손상으로 인해 하반신 혹은 전신 마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의료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뇌과학과·신경과 김병곤 교수팀(의생명과학과 박희환 대학원생)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영민·송수창 박사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척수신경회로’의 재생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들 연구팀은 해당 연구결과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s, IF:12.479) 4월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동물모델(흰쥐)의 손상된 척수에 주사형 하이드로젤과 아릴설파타아제 복합체를 주사했다.
그 결과 흰쥐가 격자로 구성된 보행 구간에서 치료받지 않은 흰쥐에 비해 발이 밑으로 빠지는 실수를 훨씬 적게 하고, 치료받기 이전보다 보행 능력이 향상됨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실제 복합체를 주사한 흰쥐의 손상된 척수에서 손상 후 형성된 조직 매트릭스 내로 신경회로를 구성하는 액손(axon, 축삭돌기) 다발들이 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 재생 액손 다발들이 보행기능과 관련된 척수 운동신경원 세포와 신경연접(신경과 신경이 연결돼 있는 지점)을 새롭게 형성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온도 감응성 주사형 하이드로젤 주입이 손상된 척수에 발생하는 ‘조직결손’을 방지하고, 새로운 조직 매트릭스를 형성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 있다.
이번 후속 연구에서 새롭게 형성된 조직 매트릭스 내로의 액손의 재생이 매우 제한적임을 확인하고, 아릴설파타아제를 추가한 복합체를 이용함으로써 액손의 재생을 괄목할만하게 증가시켰다는데 주목된다.
연구에서 추가된 아릴설파타아제는 하이드로젤 단독주사로 했을 때 세포외기질에 많이 침착된 ‘콘드로이틴 황산 프로테오글리칸(Chondroitin Sulfate Proteoglycans, CSPGs)’의 억제효과와 섬유화와 관련된 다양한 세포외기질 미세환경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아릴설파타아제는 현재 FDA 승인을 받아 ‘무코다당증 Ⅵ (Mucopolysaccharidosis, MPS Ⅵ)’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로, 이번 연구에서 척수 손상 치료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병곤 교수는 “뇌과학 혹은 신경분야 연구에서 척수 손상은 큰 숙제”라며 “두 번의 연구를 통해 척수 손상에서 재생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해당 연구는 기존 하이드로젤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치료기술로 이전보다 더 향상된 재생효과를 통해 척수 손상 환자 치료에 적용할 가능성을 더 높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