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비(非)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SSRI제제(선택형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60일 처방제한 사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일부 전문위원들이 처방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Q&A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조만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사안을 살필 계획이라 답했다.
16일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SSRI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각 학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서 각 계 의견을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연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SRI 처방제한 철폐에 대해 권덕철 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당시 권 당관은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운 사안으로 대한의학회 등 유관 단체가 모두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논의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연초 대규모 인사이동에 따라 업무가 순차적으로 인수인계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 전문위원이 마련한 Q&A 합의안에 대해 복지부는 직접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경과학회에 따르면 치료 약제, 수술 또는 검사의 급여 기준에 대한 Q&A는 일반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결정하고 개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평원 행정해석인 Q&A 첨부를 통해 규정을 정해야 할지, 아니면 복지부 차원에서 고시 개정이 필요할지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또한 SSRI 처방제한에 대해선 복지부 주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위원들이 마련한 Q&A 합의안은 현재 관할 부서인 약제관리실 약제기준부에 건의된 상태다.
신경과학회 "항우울제 처방량 OECD 국가 평균 3분의 1 수준, 우울증 치료 인프라 열악"
한편, 대한신경과학회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에 대한 심평원 개선안(Q&A 합의안)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신경과학회 고위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년 만에 관련 전문가들의 회의를 통하여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에 대한 개선안을 도출했다”며 “해마다 증가하는 자살률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합의안을 빨리 승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OCED 국가별 항우울제 사용량을 살펴봐도 한국은 평균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당뇨병약 사용량은 평균 수준이며, 항생제 사용량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우울증 치료 인프라가 많이 열악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전반기 SSRI 항우울제 처방 건수를 살펴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이외의 1차의료 진료과에선 '전멸 수준'이다. 1차 의료기관이 안전한 항우울제인 SSRI 처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