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정부가 추진중인 자율심사청구기관 인증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인증기관 인센티브가 제대로 지켜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부천시의사회 관계자는 6일 "보험 심사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행정력 낭비를 막고 대다수 양심적인 의료기관의 진료 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증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진료내역 통보 결과 부당청구율이 0.02%로 미비했지만 이런 의료기관으로 인해 다수가 희생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정부는 인증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진료비를 조속히 지급하고 부당한 간섭을 배제해 정부와 환자,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도 "양심적으로 청구하는 의료기관의 심사를 면제하는 대신 부당청구 의혹이 있는 요양기관을 집중 감시한다면 심평원 업무 효율을 높이고, 요양기관의 비위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율심사청구기관 인증제가 일회성처방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최근 복지부는 자율심사청구기관의 심사를 면제하고, 심사 통보기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진료비도 조기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이들 의료기관의 일부를 무작위 추출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과천시의사회 한 이사는 "인증제 취지는 동감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실천의지"라며 "법적으로 EDI청구를 하면 15일내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번도 이를 지키지 않았는데 인증기관에 진료비를 조기 지급하고 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자율심사청구 인증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안양시의 한 개원의는 "자율심사 인증기관의 부당청구 문제가 불거진다면 의료계는 치유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인증기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정치적으로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증기관에 2년간 실사면제 등의 당근을 준 뒤 다수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으면 사후심사 처벌을 강화하거나 인증기관의 부당청구 실적을 여론반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복지부와 심평원은 이달 중 자율심사청구인증제의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