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는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유행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감염병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감염병병원을 체계화하지 않으면 올 겨울에도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될 것이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난 3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임태환),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등이 주최한 온라인 공동 포럼에서 '정부 감염자 관리 문제점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윤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풍토믹화될 것이라 얘기하는데 지금과 같은 연중유행이 얼마나 지속되다 겨울에만 유행하는 계절독감으로 전환될 것이냐가 핵심”이라며 “코로나19는 오미크론처럼 지속적으로 감염력이 높은 변이가 발생해 연중유행이 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지난 2년 동안 반복되는 병상부족과 초과사망을 경험하고 있다”며 “대구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당시 대구는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많다고 호소하며 타지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윤 교수에 따르면 당시 대구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병상가동률은 25.4%, 중환자실은 50.8%였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병상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훈련된 인력부족 및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병동 준비 미비 등으로 유휴병상이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김윤 교수는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병상을 내놓지 않았고, 정부는 병상을 동원하거나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실체적 진실”이라며 “3차 유행 당시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기환자가 많았는데 치명률이 3%를 넘어 적어도 500명 이상이 병상이 없어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아마도 올겨울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입원을 못 해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체육관 병원‧전담병원 지정 제안,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비판
김윤 교수는 코로나19 의료 전문가들이 체계적 확진자 관리를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체육관 병원이나 전담병원 지정 등에 대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어떻게 체육관 병원을 운영할지, 전담병원이 어느 병원이 될지를 함께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코로나19 환자를 보기 싫으니 다른 전문가가 대신 봐주길 바라는 것과 같은 무책임한 얘기”라며 “전문가단체는 이런 주장에 대해 비판과 견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응급환자나 다른 중증질환자를 위해 더 이상 코로나19 관련 중환자 병상을 마련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윤 교수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기준 중환자실 입원환자 구성을 살펴보면 위급환자는 40% 수준이고 비응급‧비중증 환자 비중이 15~30%이기 때문에 최소 1000~2000병상을 추가로 확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환자실 평균 재원일수가 약 3~4일이기 때문에 다음 주 비중증 환자 입원과 수술을 연기하면 다음 주에라도 병상 확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윤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듯 체계적 감염병진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교수의 감염병진료체계는 ▲중앙감염병병원(1개소)와 ▲권역감염병병원(7개소)이 감염병 진료의 컨트롤 타워을 맡고, ▲중환자를 보는 중증감염병센터(약 40개소) ▲중등증 환자를 중심으로 보는 지역감염병센터(약 50개소) ▲선별검사와 생활치료센터 등을 운영하는 감염병 지원병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는 “우리나라 병원을 전체적으로 체계화하지 않으면 올 겨울에도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로 사망하게 될 것이고 내년에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