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보건의료체계 풍전등화, 지속가능 혁신 필요'
박은철 교수 '보건의료 재원-의료비 균형 맞출 통합체계 및 혁신센터 시급'
2021.11.19 10: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전문가들이 급변하는 국내외 의료환경 변화로 인해 현재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기’로 진단하면서 개혁이 시급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은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8분원장(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8일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이 주최한 ‘한국형 지속가능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방안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한국형 지속가능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과제와 방안을 제시했다.
 
박은철 교수는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1인당 고령층 의료이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한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의료이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 평균 1인당 외래일수는 17.2일로 OECD 평균(6.6일)보다 약 3배정도 많았으며, 1인당 입원일수 역시 3.24일로 OECD 평균인 1.16일보다 길었다.
 
박은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이용은 높지만 국민 1인당 진료비 등 의료비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덜 쓰고 있다”며 “하지만 고령화 영향 등으로 최근 의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 현재 추이라면 멀잖은 미래에 OECD 평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의료체계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려면 보건의료에 투입되는 재원과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균형을 맞춰야 하고, 그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재원은 저출산, 고령화로 확보가 어렵고 향후 더 어려워질 것이며 고령인구 증가 및 신종감염병 발생, 치매 등으로 의료복지비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재원은 적어지고 의료복지 부담은 증가하는 상황 속 유일한 방법은 보건의료체계를 혁신하고 툴을 지탱할 수 있는 축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형 ‘지역사회 기반 사람중심 통합 보건의료체계’ 방향 제시
 
박은철 교수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보건의료 1, 2, 3차가 어우러지는 ‘사람’ 중심 ‘통합체계’를 국내 보건의료 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혁신을 진두지휘할 혁신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중심(people-centered)’ 개념은 보건의료 수요 측면에서 국민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예방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뜻하며, 공급 차원의 ‘통합 보건의료(integrate-healthcare)’는 연속성과 통합성을 전제로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개개인 필요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혁신 보건의료체계로 나아가기 위해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의료계에 산적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집중 현상은 문제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며 “환자는 지방과 소형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수도권 대형병원에 몰리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의원을 도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 현재 관련 복지부 예산이 너무 적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의료전달 및 지불체계 개선, 건강보험 개편, 주치의제도 등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라며 “이러한 제도들을 시범사업 및 운영할 수 있는 ‘건강보험혁신센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국민 신뢰 회복 없다면 어떠한 혁신도 작동 안돼”
 
배상철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그동안 의료계는 의료진 헌신을 뒷받침으로 이어져 왔지만 시대가 변하며 법정근로시간 준수, 전공의특별법 등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더 이상 작동이 어렵다”며 “보건의료체계 혁신은 진료현장에서도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모두의 잘못으로 깨어진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떠한 좋은 혁신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계 역시 자정작용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언론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역사회 기반 사람 중심의 통합보건의료체계에 적극 공감하며 복지부도 방향을 준비 중”이라며 “코로나19를 겪고 감염병대응체계가 발전했듯 보건의료체계도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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