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돌봄서비스 더 확충하고 진료비 부담 완화 필요'
이승엽 은평성모병원 교수 '조기진단 문턱 낮추고 치료 확대하면 재정도 절감'
2021.11.20 06:3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등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약 80만명이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에서 치매 유병률은 약 10%, 85세 이상은 약 38% 유병률을 보인다. 경도 환자가 41.4%로 가장 많으며 중등도 25.7%, 최경도 17.4%, 중증 15.5% 등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는 늘고 있지만, 최근 의료접근성 향상으로 인해 진단 및 치료는 수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등이 치료 핵심인 조기 진단을 가로막고 있다. 치매 조기 발견 및 가족들의 돌봄부담 완화를 위한 대안 등을 이승엽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로부터 들어봤다. [편집자주]
 
Q. 2050년까지 세계 치매 환자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 급증 원인은 
A. 첫 번째 원인은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인구 고령화다. 다음으로는 향상된 의료 접근성을 꼽을 수 있다. 선진국은 치매 진단율이 높은 만큼 치매를 발생시키는 위험인자도 세심히 관리하며, 특히 당뇨·혈압 등 혈관성 위험인자를 관리해서 혈관성 치매 발병률이 낮아지고 있다. 국내서도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우수한 의료 접근성 덕분에 치매 진단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Q. 치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단계는 
A. 진단 및 치료가 빠를 수록 좋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상 발견 시기는 재가(在家) 치매 환자의 예후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조기에 진단받는다면 환자는 인지기능이 저하된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고, 보호자 역시 환자를 대하는 데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중증 단계에서는 치료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급성기병원이 많지 않다. 또 보호자들이 증상이 심한 환자를 데리고 외래 진료를 다니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Q. 조기 진단은 쉬운 편인가 
A. 의료 접근성이 향상됐지만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편이다. 치매 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조기진단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암의 경우,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진단 자체를 꺼리는 분위가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치매를 진단받는 순간 인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적 관계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진단이 늦어지고 질환은 악화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환자는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Q. 증상 초기 단계에서 환자는 스스로 치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A. 가능하다. 치매 종류별로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의 초기 환자는 잦은 건망증 및 정서 변화 등을 인지한다. 오히려 치매 증상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계산을 실수하거나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것 등이 그 예다. 
 
“조기 치료 중요하고 중증 환자 수용 가능한 급성기병원 적어 대책 필요”
“치매 약물치료, 감기약처럼 증상 완화로 삶의 질 향상 가능”
“데이케어시스템 확충 위한 재정 투입 확대해서 환자 및 보호자 진료비 부담 낮춰야” 
 
Q. 중등도별 치매 치료제 선택 기준은
A. 초기부터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는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이 있다. 중등도 이상부터는 ‘메만틴’을 사용할 수 있다. 증상이 중증으로 진행될 수록 도네페질과 리바스티그민 등을 사용한다. 아울러 중등도 뿐 아니라 신장 기능 및 약화된 신체 기능 등을 고려해 환자 상태에 맞춰 처방하고 있다.  
 
Q. 치료제의 이상반응은 없는지 
A. 대표적 이상반응은 위장관·호흡기·심장 부작용 등이 있는데, 생명을 위협할 만한 중증 이상반응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특히 소화불량·설사·구역감 등 위장관 장애가 많다. 도네페질 등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들은 뇌(腦) 신경전달물질 양을 증가시켜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를 억제해 인지 개선을 돕는데, 아세틸콜린 수용체가 뇌 뿐 아니라 장관계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 측면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는 약물에 대한 적응 기간을 충분히 길게 잡는다. 
 
Q. 아직까지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그럼에도 약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A. 치매약은 감기약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감기약은 감기 증상을 완화하지만 다양한 감기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근본 치료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약을 복용해서 감기로 인한 증상을 경감시켜 생활의 불편을 해소한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약물 치료는 증상을 완화해서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Q. 약물 치료 외 환자의 치매 예방·관리 실천 방안은  
A. 과도하게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 호르문 분비가 증가되면 신경 독성을 일으켜 치매 유발·악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이 있을 경우 치매 위험도가 2배 이상 증가하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음주·담배를 지양하고 식단관리도 필요하다.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생선·해조류·야채·올리브오일 등 지중해 식단이 도움된다. 
 
Q. 보호자와 가족들은 어떤 것을 실천하면 좋은가 
A. 환자가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환자를 탓하지 말고 환자 눈높이에 맞춰 대하며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안 일을 실수했다고 탓하기보다는 가정 내 가스 밸브를 타이밍 밸브로 설치하거나 거리 배회를 막기 위해 실내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 
 
Q. 치매 치료 환경에서 보완돼야 할 부분은 
A. 어린이집처럼 환자를 낮에 맡기고 저녁에 데리고 오는 ‘데이케어’ 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다. 치매로 유발되는 정신행동 장애인 ‘BPSD’가 조절되지 않으면 불안·공격성·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보호자를 괴롭히고, 외래 진료 또한 어려워진다. 이에 보호자들은 환자를 요양시설로 바로 보내버리고, 환자들은 “자녀들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치매는 장기요양보험 관련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재정 부분에 대한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케어센터 등 돌봄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울러 진료비 부담을 완화해 진단 문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8~10% 정도의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며, 예방 자체만으로도 건강보험 재정은 절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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