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디지털 혁명 시대를 대비해 의료계 내부에서 다차원적 디지털 의료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박경운 서울의대 교수는 지난 4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디지털 혁명 시대, 어떤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디지털 혁명시대 새로운 진로에 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경운 서울의대 교수는 “향후 디지털 시대에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예측과 진단이 이뤄질 텐데 이러한 대규모 디지털 의료정보를 의사들이 이해하고 환자들에게 적용할 충분한 시간이 대학과 의료진에게 주어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개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노벨상을 받은 시점에 이들은 이미 크리스퍼를 의료에 적용하기 위한 상장 회사를 갖고 있었다”며 “과거에는 노벨상을 받은 후 지식을 어떻게 의료에 적용할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상을 받을 시점에 상업화가 끝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에게 개념을 배울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상업화해 물건을 판매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특히 빅데이터는 생산은 굉장히 빠른 반면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의료 데이터 역시 정보를 선별해주는 특정 플랫폼은 정말 쓸모없는 정보만을 폐기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빅데이터 접근성 높다고 하지만 플랫폼업체보다 떨어지는 현실"
박 교수는 “의사들은 스스로 건강정보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외국 조사에 따르면 의사보다 기술 플랫폼업체의 접근성이 더 높다고 분석된다”며 “결국 의사는 데이터도 갖지 못하고, 해석할 수 있는 눈도 없다면 과연 청진기 대신 무엇을 갖고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경운 교수는 "의료디지털화에 대비해 의사들이 병원과 진료실에 매진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선별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중요성도 점차 커지는데 의사는 어떤 데이터가 가치 있는지 구분해 하나하나 구분해 선택하기 매우 어렵다”며 “결국 의료계 내부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해석하고 동료에게 공급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에서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의료정보 플랫폼을 직접 창업하고 다른 분야 전문가와 협력하는 일을 의료진이 동시에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모두가 진료실에 있다면 누가 의사를 위해 방대한 의료정보를 올바르게 가려주겠냐”고 덧붙였다.
나아가 박 교수는 "의사가 디지털 데이터를 선별 및 활용하는 전(全) 과정이 명확히 운영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의료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혁명 시대의 의료는 결국 마지막에 서 있는 의사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협업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의료체계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