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의원급에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 예산이 책정됐는데, 기존에 이를 지원 받은 의료기관들의 기기 반납을 촉구한 것이다.
이필수 집행부 출범 이후 의료계는 원격의료와 관련해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탈피한다”는 기류가 있었으나, 정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과 같은 작은 구멍이 원격의료라는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19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의협은 지난 16일 이필수 회장 명의 공문을 통해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대한의학회장, 대한공공의학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한국여자의사회장 등에 화상진료장비 반납을 요청했다.
의협은 공문에서 “원격의료 도입 근거 마련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 중단을 정부에 요구함과 동시에 특정 민간업체를 통한 무상 모니터를 제공 받지 말 것과 기 지원 받은 장비를 해당 업체에 반납하라”고 요청했다.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은 지난해 3차 추경안 당시 추진된 사업 중 하나다. 당시 정부는 지난해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 등 질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의원급 의료기관 5000여 곳에 40만원 상당의 화상진료 장비를 지원했다.
모니터, 웹캠, 스피커, 마이크 등으로 구성된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에는 총 20억원이 투입됐다.
의협은 “정부는 지난 2020년 제3차 추경안을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화상진료장비 지원 등을 편성하고, 민간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국무총리는 지난 6월 10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등을 완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협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기도 전에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 추진으로 ‘방주’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지난해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을 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화상진료장비가 필요 없다는 지적이다.
공문을 수령한 의료단체 한 관계자는 “전화진료 및 처방을 한다고 해서 해당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전화진료 및 처방 자체는 받아 들였지만 이러한 장비를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경계했다.
의협 고위 관계자도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의료계와 상의 없이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불쾌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