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장(腸) 미생물이 만드는 대사체가 대장 염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천재희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교 오하나(Ohana) 교수 연구팀과 함께 장 미생물에서 생성되는 대사체인 숙신산이 대장 염증을 일으킨다고 17일 밝혔다.
천 교수팀은 다양한 환경에서 대식세포를 배양, 숙신산을 많이 흡수하는 대식세포 상태와 숙신산의 염증 발생 과정을 연구했다. 대식세포에 숙신산을 처리하면 대식세포는 염증 작용을 유발하는 대식세포로 분화했다. 대식세포에 염증 작용을 일으키는 지질다당류와 인터페론-감마 처리를 하면 숙신산 흡수가 빨랐다.
반대로 면역 체계를 제어하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 처리를 하면 숙신산 흡수가 느렸다.
한 배지 안에 대식세포와 숙신산을 함께 배양하면 숙신산의 흡수가 더 빨라졌다. 숙신산과 함께 배양한 대식세포는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16시간 만에 숙신산 함유가 2.5배 많아졌다. 숙신산 흡수가 적어지면 염증반응이 적어지는 대식세포로 분화했다.
대식세포로의 숙신산의 유입은 나트륨 이온(Na+)에 영향을 받았다. Na+이 없는 용액에서 배양한 대식세포는 Na+이 있는 용액에서 배양한 세포보다 숙신산 흡수가 30% 적었다. Na+에서 숙신산 흡수가 많은 것에서 Na+ 의존성 SLC13이 숙신산 수송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LC13 소속 인자 중에서 대식세포로 숙신산을 옮기는 것은 SLC13A3 수송체와 숙신산 수용체이며 반대로 SLC26A6 수송체는 숙신산 유입을 줄였다.
또 천 교수팀은 장이 숙신산을 흡수하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장 세포주를 모니터링했다. 대식세포와 마찬가지로 장 상피에서도 Na+의 유무가 숙신산 흡수에 큰 영향을 미쳤고 SLC13A3 등이 수송체 역할을 똑같이 수행했다.
다음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분변과 혈청을 정상인과 비교해 숙신산이 실제로 대장에서 염증을 유발하는지를 조사했다. 환자 분변과 혈청에서는 정상인보다 숙신산의 농도가 약 4배 높았고 SLC26A6 수송체의 단백질 발현이 감소해 숙신산 조절을 못하며 염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울러 장 미생물이 분변의 숙신산을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변 및 장 점막 시료를 사용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서는 장내 미생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 및 염증이 발생한 동물의 대장에서 미생물 불균형과 숙신산을 만드는 미생물의 증가와 숙신산을 줄이는 미생물의 감소를 각각 확인했다.
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태 생리와 치료법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염증성 장질환에서 질병 기전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이자 생명과학 국제 학술지인 셀 리포트(Cell Reports, IF : 9.423) 최근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