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총수와 병원 그리고 입원·치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갑작스런 와병으로 치료 장기화되면서 회자
2014.10.15 07:34 댓글쓰기

 

名與身孰親(명여신숙친)? / 명예와 건강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身與貨孰多(신여화숙다)? / 재물과 건강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得與亡孰病(득여망숙병)? /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무엇이 더 문제인가

 

[기획 上]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명예나 재물이 결코 건강보다 중요치 않음을 물음으로 전하고자 했다. 아무리 높은 명예나 아무리 많은 재물도 건강을 잃으면 모두 허사라는 노자의 이 가르침이 학문의 범주를 벗어난지는 오래다. 현대인에게 ‘건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자본주의 주인공인 재벌 총수들에게 ‘건강’은 가장 핫(Hot)한 주제이자 관심사다. 이러한 관심은 대기업의 병원사업 진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사회공헌’ 취지였고, 국내 병원사에 획을 긋는 영향력도 발휘했다. 그럼에도 ‘재벌병원’을 향한 곱지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또 최근에는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는 총수들로 인해 재벌과 병원의 상관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과 장기 치료는 재계와 사회적 관심사를 또 한 차례 병원으로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편집자주]

 

수감과 입원의 모호한 함수관계


대기업 총수들의 병원행은 일반인과 사뭇 다르다. 물론 질병 치료의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늘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 이들 총수의 기묘한 입원 시점이다.


검찰 수사과정은 물론 수감생활 중에 지병 악화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에게 병원은 도피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총 987명의 형집행정지자 중 95%인 938명이 질병을 이유로 옥살이를 면했다.


매년 300명 정도의 수형자가 병을 핑계로 풀려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재벌 총수나 그 일가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은 형집행정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판 내내 병원을 오갔던 김 前 회장의 경우 2006년 징역 8년6월이 확정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그대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실제 복역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구치소 보다는 병원 신세를 많이 졌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8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돼 지난 2월 파기 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의 증세가 겹쳐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지난 5월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다녀온 후부터는 자택에서 통원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1600억원 규모의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투병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인의 신장을 기증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면역체계 악화 등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입원치료를 했다.


지난 4월에는 집행정지 만료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지만 2주 만에 건강상태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재입원, 현재까지 치료 중이다.


1조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 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자주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평소 알아온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이 악화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온 조석래 회장은 최근 상태가 악화돼 재입원했다.


이호진 前 태광그룹 회장도 서울대병원에 3년째 입원 중이다. 이 前 회장은 지난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간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입원해 있다.


이 前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당시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소유 병원들


국내에서 대기업 소유의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삼성), 서울아산병원(현대), 아주대학교병원(대우), 인하대학교병원(한진), 중앙대학교병원(두산) 등 5개로 압축된다.(가나다 順)


물론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 형태에 따라 실소유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수 있지만 모기업만 놓고 보면 대기업이 출자, 설립한 병원들임에 이견이 없다.


이 중 대표적인 재벌병원으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꼽힌다. 개원 초기 파격에 가까운 규모나 시스템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주축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인 삼성그룹 창업자 故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태생했다.
이병철 회장은 1970년대 중반 위암으로 수술을 받았고, 1980년 중반에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이병철 회장의 주치의는 서울의대 한용철 교수였다.


이 회장은 폐암 수술을 받고 병세가 회복되는 듯했으나 1987년 78세의 일기로 삶을 마쳤다. 그는 본인이 직접 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암 전문병원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삼성 공익재단을 세우고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 같은 세계적 규모와 시설의 암병원 설립을 추진했다. 그 유지를 받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었다.


암병원을 세우려는 당초 계획은 종합병원 건립으로 수정됐고,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열었다. 초대 원장에는 이병철 회장의 주치의였던 한용철 교수가 초빙됐다.


삼성서울병원의 태생 배경이 설립자가 몸소 체험한 절실함의 발로였다면 서울아산병원은 설립자의 확고한 ‘사회공헌’ 의지로 탄생했다.


현대그룹 故 정주영 회장은 1977년 현대건설 주식 50%를 출연, 500억원의 기금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의료사업 전개’가 설립 취지였다.


온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경제개발에 힘을 쏟았지만, 농어촌 지역 대부분은 의료 사각지대로 남아있었고, 소외된 이웃들이 의료혜택을 받는 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실제 아산재단은 설립 초부터 현대적 의료시설이 열악했던 정읍, 보성, 보령, 영덕, 홍천, 강릉 등 농어촌지역을 비롯해 전국에 8개의 대규모 종합병원을 세웠다.


이후 10년을 준비해 1989년 완성한게 지금의 서울아산병원이다. 지방에 세운 병원들을 이끄는 모(母) 병원이라는 뜻에서 원래는 이름도 ‘서울중앙병원’으로 했었다.


아주대학교병원과 인하대학교병원은 대기업이 학교를 먼저 인수한 후 의과대학 설립과 함께 부속병원 형태로 개원한 경우다.


대우그룹 김우중 前 회장은 1977년 아주대학교를 인수했고, 1988년 의과대학을 신설했다. 이로부터 6년 후인 1994년 아주대병원을 개원했다.


한진그룹 故 조중훈 회장은 1971년 당시 인하공과대학을 인수, 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키며 학교명을 인하대학교로 바꿨다. 14년 후인 1985년에는 의과대학을 신설했고, 1996년 인하대병원을 개원시켰다.


중앙대학교병원은 대기업에서 학교와 병원을 동시에 인수한 경우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8년 중앙대학교 인수를 전격 발표하며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중앙대병원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이 외에도 SK와 한화 등 굴지의 기업들이 병원산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의료환경 변화와 정부의 의과대학 설립 제한 등이 겹치면서 포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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