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지난 2010년 금요일 오후 퇴근을 앞둔 시각.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과를 마치던 서대철 교수는 예상치 않은 응급실 콜을 받았다. 11살 남자 어린아이가 뇌출혈로 왔는데 받아주는 과가 없어 부모들이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게 서 교수였다. 망설임 없이 응급실로 향한 그는 아이가 희귀질환인 척추동맥류 증상이 느껴졌다. 검사 결과 맞았고 며칠 후 동맥류 제거 시술을 시행했다. 아이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사례 2. 2014년 금요일. 이 날 응급실 연락을 받고 내려간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침대 옆에 앉아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다. 29세 젊은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 환자도 희귀질환인 척추동맥류 기형이 추정됐다. 동맥류가 크게 부풀어 척수를 심하게 누르면서 급격히 마비가 진행돼 응급실로 실려 온 것이다. 여러 과에서 난색을 표했고 소방수로 서대철 교수가 투입됐다. 검사 후 색전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젊은이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보고 사례가 매우 드문 척추동맥류 기형 환자를 치료, 분석한 연구논문이 공개됐다.
국내 신경중재술 대가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대철 교수[사진]는 1997년부터 2014년까지 18년간 척추동정맥기형이 있는 환자 91명 중 척추동맥류로 확진된 8명의 치료 결과를 미국 신경중재외과학회지 최신호(IF 3.551)에 게재했다.
사실 동맥류는 뇌쪽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근래에는 치료도 보편화된 실정이다. 하지만 척추동맥류는 발생 자체가 매우 드물고 사망률도 10%로 높아 의사들 관심이 매우 낮다. 그러다 보니 질환 자체를 모르고 넘어가는 환자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척추동맥류는 다양한 임상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종 진단명을 감별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척추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정맥압상승에 의한 척수병증이 주로 나타나지만 동맥류를 동반하면 척수의 직접적인 압박 및 심지어 지주막하출혈도 발생, 심각한 신경장애를 동반하거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번에 서대철 교수가 보고한 환자는 여자 5명, 남자 3명이고 연령은 11세~38세로 희귀질환과는 대비되게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었다.
환자들은 척수 압박과 지주막하출혈에 의한 증상이 발현됐으며 척추동맥류 위치나 모양이 다양했다. 동맥류 평균 크기는 약 9mm 정도이며 색전술 6명, 수술 1명, 수술과 색전술의 협의시술 1명으로 동맥류를 제거했다.
환자들은 동맥류 치료 후 평균 55개월 추적 관찰 결과, 재발없이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척추혈관질환 중 동맥류 치료가 어려운 것은 증상을 발현하는 10mm 내외 굵기의 척수와 그 주위 혈관에서 원인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인병변을 찾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척수손상이 비가역적인 상황을 초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서대철 교수는 “척추혈관질환은 발생 빈도가 낮고 사회적 관심도 역시 떨어진다. 여기에 척추동맥류 질환은 시술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반해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질병에 관심을 갖는 의사들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 질환은 희귀하지만 산정특례도 적용되지 않아 보험도 안된다”면서 “척추혈관질환에 의한 동맥류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단지 발생이 드물고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받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