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각하 or 인용'…정부, 자료 법원 제출
원고적격‧근거 등 타당성 입증 최대 쟁점…'가처분 항소심' 의료대란 분수령
2024.05.11 06:17 댓글쓰기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이 내주 내려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근거 자료를 요구하며 의료계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앞선 1심에서 발목이 잡혔던 원고적격 등 쟁점들에 대한 2심 재판부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1심과 다른 2심 재판부, 커지는 기대감


지난 3월 5일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들을 시작으로 총 6개 그룹이 의대 정원 증원‧배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송 제기 당시부터 가장 약점으로 지목된 것은 '원고적격성'이었다. 집행정지를 신청한 이들이 원고로써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소송은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따진다. 이에 따라 신청인들이 증원 처분의 대상자인지, 직접 대상자가 아니라면 증원 처분으로 인한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인 불이익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우려대로 원고적격성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대학의 장(長)'이고, 신청인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물론 제3자일지라도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으나 재판부는 "집행정지됐을 때 신청인들의 법률상 이익은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갖는 간접적‧추상적 이익에 불과하다"며 각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항고심을 진행하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다소 다른 시선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고심 심문에서 "처분 직접 상대방은 대학 총장이지만, 대학 총장이 이를 다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소속 교수들과 의대생 등이 각 대학 총장에게 소(訴)를 제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학 총장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재판부는 "만일 국가의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면 이는 국가 행위에 대해 사법적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판례는 제3자 요건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측에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외에 개원의 등 원고적격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에서 인정받지 않은 신청인들의 법률상 이익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정부는 신청인들의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는데 증원 규모가 10만명이 돼도 같은 입장인지, 즉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인지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재판부 발언을 종합할 때 증원에 따른 불이익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수험생과 의대생 등 일부 신청인에 한해서라도 원고적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사실상 원고적격을 인정한다는 취지"라고 자신했다.



의대 증원 타당성, 구멍 난 회의록으로 설명될까 


신청인들의 원고적격이 인정되면 그다음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


항고심 재판부는 이를 위해 정부에 의대 증원 근거 자료 등을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2배 이상 증원된 곳도 있던데, 이게 과연 조사를 제대로 하고 배정한 것인지, 또 당초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는지 최초 회의록이 있으면 제출해달라"고 했다.


이어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하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와 관련된 것이니 차후에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을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증원에서 배제된 대학들의 불만이 없을 리가 없다"며 신청인 측이 요구했던 배정위원회의 회의, 면담 등의 내용 제출을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적극 환영했다. 정부가 그간 의대 증원과 배분의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아 답답하던 차였다.


전의교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이 근거있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료계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정부는 자료와 회의록을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 배정위원회 중 의료현안협의체와 배정위원회의 회의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며 의정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결국 자료 제출 마감날인 10일 의료현안협의체와 배정위원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회의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정심과 의사인력위원회 자료로는 회의록과 속기록이 제출됐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정부 측에 자료를 요구한 것은 그간 제출한 수 많은 증거자료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제출한 자료 역시 무의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거 자료 등이 없거나 부족할 경우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복리가 소명되지 못하므로 법원은 의대교수 등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원은 다음주께 인용, 기각, 각하 중에서 결정을 내린다. 만약 의대교수 등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인용을 결정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증원은 즉시 중단된다.


이후 본안 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되는데, 이에는 최소 2년이 소요돼 사실상 의대 증원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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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오오 05.11 09:02
    원적산 님 의 글 잘 읽었습니다

    재판부에 있는 판사들에게도 충분히 전달 됐으면 좋겠습니다
  • 원적산 05.11 08:37
    시중 언론이나 전문 언론에서 거두절미하고 "의사들이 의사 증원을 반대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논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의사들이 매도 당하는 것이다. 물론 의사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의료 현장에 있는 분들의 느낌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회적인 그리고 인구의 변화와 의료 기술의 진보와 인공지능의 도입 등을 고려한 의사 추계는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의사가 과잉이면 줄이고, 의사가 부족하면 증원 하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의사 과잉을 매우 우려한다. 전 국민적 의료비 상승의 중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추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연구"가 된 것이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를 늘리고 의과 대학을 증설하고 하는 문제를 오로지 선거를 겨냥한 정치 노름 판에서 결정하는 것이 비극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네델란드의 "보건의료인력시스템(HJealth Workforce Planning : HWP)과 의료인력자문위원회(Advisor Committee for Medical Manpower Planning : ACMMP)와 같은 객관적인 기구를 설치해서 의사 추계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권력층에서는 꿈적도 안 했다. 전혀 연구를 안 하는 어용 학자들은 OECD자료만 들고 부채질했다. 정부가 객관적인 자료의 생성을 거부하는 이유를 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의한 자료가 있으면 정부가 마음대로 의사 증원 의대 신설이라는 정치적 사탕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이켜 봐라. 어느 정권이든지 선거 잇슈로 이 문제를 이용하기 위하여 은근히 추진하면서 언론에 흘리면 덩덕개 같은 어용학자들이 100% 춤을 추고 부채질했다. "의사가 형편 없이 부족하다."고. 그러면 어디 어디에 의과대학을 신설하겠다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져 왔다. 아주 대표적인 것이 폐교된 서남의대 사태다. 그 대학은 의학계와 의료계가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정권과 호남이라는 지역적 연관성 때문에 사생아처럼 태어난 의과대학 이었다. 오늘날 사태는 윤석열 정부가 좌파 끄나풀에 속아서 선거 때 표 좀 챙기려다 배탈이 난 것이다. 아무 근거 없는 2000명 증원이 태어난 것이다. 의사는 증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공감 05.11 09:57
    일반 국민들도 충분히 많이 공감이 되는 좋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