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이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자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는 ‘순혈주의 타파 정책’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타교 출신에게 지나치게 문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0년 이후 전공의를 비롯해 전임의(fellow), 교수 선발과정에서 문호개방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다른 대학 출신의 전공의 및 전임의(fellow) 채용 비율 상승세가 확연, 순혈주의 타파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전공의 모집에서 서울대병원은 2002년 14%에서 2004년 이후 30% 비율을 유지하다가 올해 40%를 넘겼다. 최근 마무리된 내년도 전임의 모집은 201명 중 88명이 타교 출신으로 그 비율이 43.8%까지 높아졌다.
지난 2011년도까지만 해도 서울대병원의 타교 출신 전임의 합격 비율은 14.4%(202명 중 29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26%(196명 중 51명)로 크게 늘어난데 이어 이제 50%를 넘보는 수준이 됐다.
출신 대학도 경희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뿐만 아니라 강원대, 경상대, 계명대, 동아대, 부산대, 원광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조선대, 충북대 등 지방 대학 비중도 높아지면서 다양화됐다.
전체 201명의 전임의를 선발한 이번 모집에서 진료과목별로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혈액종양, 내분비, 류마티스 등을 포함한 내과가 54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했다.
이어 외과와 영상의학과가 각각 19명, 소아청소년과 11명,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가 각각 8명, 신경외과, 정형외과, 안과, 신경과가 각각 7명씩을 확보했다.
병원 관계자는 “순혈주의 타파는 이미 수 년전부터 시작된 문호개방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면서 “지난 몇 년간 교수 및 인턴·레지던트, 임상강사 채용에서 타교 출신 비율이 점차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순혈주의라는 허울을 벗고 의학교육 최고봉의 진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스탭 등 의료진 선발에 있어 타교 출신에게도 계속해서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1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춘진 의원은 “의학 연구와 임상을 함께 하는 대학병원은 ‘학문적 근친상간’을 통해서는 발전이 어렵다”며 순혈주의 타파를 주장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의 모교 출신 비율은 77.5%(618명 중 479명)로 국립대병원 중 전남대 94%(349명중 328명), 경북대 87.9%(281명 중 247명), 전북대 82.6%(184명 중 152명), 충남대 80.6%(186명 중 150명), 부산대 78.9%(251명 중 198명)에 이어 6번째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