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서울아산병원도 두려운 '전공의특별법'
통합당직·간호인력 채용 등 대책 마련 안간힘···외과 직격탄 불가피
2016.11.11 06:55 댓글쓰기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앞두고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아산병원 역시 고민이 적잖은 모습이다. 추가 인력 고용, 이에 따른 예산은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떨쳐낼 수 없는 부담감이다.


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육수련실장(호흡기내과 교수)은 9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환자는 점점 늘고 있는데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미지수”라고 우려를 표했다. 


난관 봉착한 외과


전공의 권리 보호를 기치로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오는 12월 23일 전격 시행된다. 다만 수련시간 단축은 대체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2017년 적용된다.

급격한 변화에 앞서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 온 서울아산병원은 우선, 전공의들의 업무 목록에 포함돼 있던 채혈, 드레싱 등을 간호부로 완전 이관시켰다. 최근 간호인력이 대거 투입된 이유다.
 

‘통합당직’ 도입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각 진료과로 레지던트들이 배치되는 형식이다. 인턴이 하는 일도 적잖은 변화가 이뤄졌다.
 

병원 내 전공의협의회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를 공고히하기로 한 부분도 주목할만하다.

심태선 실장은 “이제는 기존의 것만을 고수해선 안 된다. 무조건 결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 각 진료과마다 교육수련실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련환경 평가에 전공의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최일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수련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전공의다.


전공의특별법 시행과 함께 병원, 의사, 간호사, 전공의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이 법 시행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아직도 개운찮은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내과는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기관이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과 밀접할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호스피탈리스트 지원 의사를 밝힌 레지던트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하지만 외과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국에서 이식수술 건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외과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심태선 실장은 “서울아산병원은 중환자들이 최후 보루로 찾는 곳이기도 하고 거의 매일 응급수술이 있다보니 다른 인력으로는 ‘대체 불가’다. 주 80시간 단축에 따른 전공의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나마 임상강사들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문의들을 무한정 채용할 수 없는 현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과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덧붙였다.


“고년차 당직시간 늘려야”


통상 전공의들은 저년차에서 고년차로 올라갈수록 당직시간이 줄어든다. 예컨대 진료과 별로 차이는 있지만 1년차 당직시간이 가장 길고, 2년차, 3년차로 짧아지는 구조다.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4년차는 말할 나위가 없다.

심태선 실장은 “응급상황 대비나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저년차보다 고년차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행은 반대다. 저년차일수록 당직시간이 길다”고 짚었다.


이어 “어찌보면 수련 경험과 그에 따른 숙련도, 즉 진료의 질적 측면에서 저년차보다 고년차가 진료 현장에서 필요하다”며 “당직시간도 지금과는 반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장은 어렵지만 고년차 전공의가 당직을 더 많이 서는 방법을 계속 고민 중이고, 신중히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환자안전 측면에서도 1년차 보다는 고년차가 더 적합하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도입은 힘들다. 중간 단계로서 고년차 당직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승적인 측면에서 차츰 변화를 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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