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채용·병원 취업·교수 임용→여의사 차별 '만연'
여의사회, 성평등 현황 조사결과 발표···'전공의 지원자 중 절반 경험'
2019.05.28 0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전공의 및 의사 채용과 대학병원 교수 임용에서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개최된 ‘의료계 성평등,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의료계 성평등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사 총 117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중 여자의사는 747명(63.8%), 남자의사는 423명(36.2%)이었고 전공의 534명, 교수 119명, 봉직의 55명, 개원의 20명 등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여자의사들은 전공의 지원과정과 취직, 교수임용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남자의사는 18.2%만 성차별을 겪었다고 답한 것에 비해 여자의사는 47.8%였다. 여자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답한 것이다.


취직에서의 성차별 경험은 남자의사 10%, 여자의사는 37.4%였으며, 교수임용 과정에서도 남자의사는 8%만 성차별을 겪었다고 답했지만 여자의사는 36.8%로 남자보다 5배정도 비율이 높았다.


여성의 경우 전공의 지원, 취직, 교수임용에서 성차별 경험 비율이 높았고, 남성은 전공의 지원, 취직, 전임의 지원에서 성차별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높았다.


여자의사회는 항목별 성차별을 경험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경험을 기술하게 했고, 유의미한 경험사례를 추출했다.


그 결과, 한 응답자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및 정신과에 남녀 모두 지원했는데 성적이 낮아도 남성을 뽑았다. 관행이 그런 것을 알아서 일부러 지원하지 못한 여자들이 많았다”고 답했고,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음에도 단독 선(先) 지원했지만 나중에 남자지원자에 밀려 떨어졌다”고 답한 의견도 있었다.


교수임용 과정에서도 남성에게 우선권이 부여되는 등 성차별이 자행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응답자는 “논문실적과 무관하게 아예 남자를 데려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는 경우가 있었고 실제 하부전공과 무관하게 남자 전임의가 발령을 받았다”고 답했고, 또 다른 사람은 “여자는 교수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관이 있었다. 대학병원 교원 후보 중 과장이 남성 선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의견도 폭로됐다.


이외에도 "면접에서 '출산을 하면 애가 있는데 잘 할지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와 여자 합격 점수 커트라인이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현영 이사는 ”의료계 전공의 선발, 교수임용, 취직 및 승진과정에서 성차별 사례가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과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전문과목별 구체적 현황파악과 함께 의료계 성차별 예방시스템 및 대응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안서연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출산을 이유로 6개월의 추가수련을 요구한 것을 성차별이라고 본 사례도 있다"며 "의료계 성차별을 지적하면 의료 특수성이 있다고 하지만 특수하고 공익적 성격의 영역이라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욱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성평등 실현 필요” 한 목소리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의료계 성평등 실현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법론이 제기됐다.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 4명 중 1명이 여자의사지만 대의원회의 여성 비율은 3% 정도 밖에 안 된다”며 “광역시도의사회장, 시군구의사회장이나 각 직역단체장에서도 여의사들의 비율이 적다. 여의사회에서 의료계 단체에 적극 참여하고 의협 산하단체로 들어가 예산 등을 지원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모든 교육기관이 성평등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미래지향적으로 성평등 인식에 대한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선발과정의 차별은 배정 정원과 선발된 전공의의 성비 제출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수련병원의 수련과목별, 연차별로 배정된 정원과 선발된 전공의 성비를 제출하고 공개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도 각 수련병원의 수련과목별, 연차별 성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의료계가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와 성평등 실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전문직일수록 당연한 권리를 오히려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의료계에서도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정부와 정책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양성평등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의사 대표는 1인이 들어가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또한, 지금 정부 부처마다 양성평등 정책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여자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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