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의학도 집결지 ‘헝가리’ 가다
국립 데브레첸 의과대학, 글로벌 ‘의학교육 요람’ 주목
2016.10.14 10:40 댓글쓰기

[현지 르뽀]의과대학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의 전문성과 안정성에 대한 기대심리는 점차 의과대학 문턱을 점점 더 높이는 모습이다. 워낙 국내 의과대학 입시경쟁이 치열한 탓에 최근에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도 적잖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독 관심을 모으는 대학이 있다. 그것도 유럽의 명문 국립대학이다. 물론 28개국 115개 대학이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받고 있지만 이 대학은 좀 특별하다. 세계 여느 의과대학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도 유독 한국학생들의 합격률은 100%를 자랑한다. 비결은 바로 의대 진학에 최적화된 교육체계에 있다. 헝가리 데브레첸 국립의과대학 의학기초과정 한국 캠퍼스인 거창국제학교에서 사전 교육을 통해 높은 입시장벽을 허물고 있다. 그렇다고 ‘전원 합격’이 ‘전원 졸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명성에 걸맞는 데브레첸 의과대학의 철저한 커리큘럼은 국내 유명 의과대학과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을 듯 싶다.[편집자주]
 

의학(醫學), 국경과 이념 초월
고즈넉한 캠퍼스 한 건물이 복작이기 시작했다. 언어, 피부색, 의상까지 각기 다른 전세계 예비 의학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들이 풍기는 앳됨으로 학기 초 대학가에서 쉽사리 접하는 신입생 예비교육임이 가늠됐지만 참석자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데브레첸 의과대학 외국인 신입생 예비교육에 참석한 인원은 400여 명. 5대양 6대륙을 망라하는 전세계 학생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이역만리에 온 동질감 때문일까? 이들에게 첫만남의 어색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사장 앞에 설치된 알림판 역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앞으로 함께 의학공부를 해 나갈 그룹별 이름과 출신국이 적시돼 있었다.

22그룹. 아브달라(파키스탄), 마티(이스라엘)… 정치와 이념의 간극으로 대립하는 고국 상황은 미래의 히포크라테스들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신입생 중에는 한국학생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번 학기 데브레첸 의과대학에 입학한 한국학생은 총 15명. 물론 모두 거창국제학교 졸업생들이다.

이들 역시 여러 국가의 학생들과 그룹을 이뤄 향후 6년 동안 의학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다만 뜨거운 학구열 탓에 한국학생들과 같은 그룹에 속한 신입생들은 부담을 호소한다는 전언이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던 예비교육을 마친 후 신입생들이 향한 곳은 그룹별 강의실이었다. 의학공부의 장도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 의학교육
이들 신입생의 의학공부는 출발선이 각기 다르다. 데브레첸대학교는 의학교육의 효율화를 위해 언어를 비롯한 기초의학 사전 교육 프로그램 이수토록 하고 있다.

일명 BMC(Basic Medical Course)로, 이 과정에는 생물, 화학, 물리, 영어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예과과정이다.

이 BMC는 Ⅰ, Ⅱ로 나눠지며 데브레첸 의과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입학시험 중 하나가 바로 BMCⅠ이다.
물론 일부 신입생들은 BMCⅠ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로 입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기 중에 이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학생들은 특혜에 가까운 조건을 부여 받았다. 출신교인 거창국제학교가 데브레첸 의과대학 한국캠퍼스 자격을 갖고 있어 이 입학시험을 면제 받는다.

거창국제학교의 교과과정 자체가 BMC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데브레첸대학교에서도 한국캠퍼스 출신들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 기저에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밀착교육 효과도 작용한다. 실제 데브레첸 의과대학 교수들은 매학기 직접 한국캠퍼스를 찾아 2주 동안 학생들을 지도한다.

거창국제학교 졸업과 동시에 데브레첸의 BMC 이수가 인정되는 만큼 한국학생들은 의대 진학 후 BMCⅡ 과정부터 밟아가면 된다.

반면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로 입학한 학생들은 BMCⅠ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학생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부러움의 대상, 특별한 한국
데브레첸대학에서 한국학생들이 누리는 특혜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사설 유학원을 통해 입학한 다른 나라 학생들이 타향에서의 힘겨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지만 한국학생들은 학교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반사항을 도움 받을 수 있다.

거창국제학교가 데브레첸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 학생들의 거처부터 수강신청, 학점관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사후관리를 제공한다.

이 사무소 역할은 단순히 학생들의 학교생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강도 높은 의과대학 교과과정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도록 별도 과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점이 낮아 과락 위험이 있거나 특정과목이 부진한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고 정상적인 교과과정을 이수하도록 돕는다.

선배가 후배 공부를 봐 주기도 하고, 미국에서 대체의학을 전공한 의사 출신 본부장이 직접 학생들과 1:1 과외를 해준다. 한국학생들이 중도 과락자 없이 졸업까지 직행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한국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에서도 다른 나라 학생들의 부러움을 산다. 의과대학의 경우 100%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시설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2~3인실이 데브레첸대학교의 통상적인 기숙사 시스템이지만 유독 한국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는 1인 1실이다. 건물 역시 가장 최신형이다.

한국학생만을 위한 한국식당도 마련돼 있다. 자칫 음식으로 고생할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해 거창국제학교가 직접 현지에 식당을 열었다.

기숙사 1층에 자리하고 있어 학생들은 언제든 이 곳에서 김치찌개와 떡볶이 등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 최근에는 현지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질 정도로 맛도 뛰어나다.
 

데브레첸 교육철학‘만민평등’

데브레첸대학교 국제교육센터 아딸라 예나이(Attila Jenei) 교수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모인 모습이 무척 인상적
데브레첸의 교육철학은 인종과 국가, 정치와 이념 등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관은 헝가리의 역사적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 세계대전 이후 헝가리는 전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고, 그 기류는 교육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학생 입학 현황은
현재 전세계 101개국 학생들이 데브레첸에서 공부하고 있
다. 매년 10명 이상 입학하는 국가도 65개국에 달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원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외국학생과 자국학생 비율은
70 : 30 정도다. 의과대학의 경우 전 교과과정이 100% 영어로 이뤄지다 보니 외국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데브레첸의 문호개방 역시 의과대학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다른 단과대학의 경우 아직 의과대학 만큼 외국학생 비율이 높지 않다.

▶유럽 내 100% 영어수업이 독특하다
의과대학의 영어 프로그램 도입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00% 영어수업을 결정했다. 호응이 높아 2000년부터는 다른 학과에도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한국학생들도 매년 데브레첸에 입학하고 있는지
한국은 데브레첸에서도 상당히 기대가 높은 나라다. 교육의 질은 물론 학생들의 인성까지 모든 면에서 교수진의 만족도가 높다. 물론 그 기저에는 거창국제학교의 철저한 교육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학생들에 대한 인식은
한국학생들의 학구열은 정말 대단하다. 의과대학 전반에 면학 분위기를 주도하는게 바로 한국학생들이다. 학교 입장에서도 고마운 존재감이다. 또한 그들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늘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 교수들도 한국 얘기만 나오면 칭찬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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