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제약사 여직원 ‘몸로비’ 사건 파장이 적잖은 충격을 준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의과대학 내에서도 성 관련 사건 및 추문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정식 의사가 되기 전인 의대생 시절부터 선후배, 동기 등을 대상으로 한 집단 성희롱 발언 및 성추행 사례가 불거졌던 사례가 적지 않아 전반적인 의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의대생과 의전원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학생들이 성희롱 등을 당한 사례가 많이 드러났다.
인하대학교 의예과에서는 지난 2017년 술자리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언급하며 성희롱해 의예과 남학생 21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당시 해당 학교 15학번 남학생 3명은 바로 아래 학번 남자 후배 3명을 불러 점심을 사주며 “너네 ‘스나마’라고 아느냐, ‘스나마’를 골라보라”고 했다.
'스나마'는 가해 남학생들이 쓴 은어로 '얼굴과 몸매 등이 별로이지만 그나마 성관계를 하고 싶은 사람'을 뜻했다.
이들은 후배들이 같은 과 여학생들의 이름을 말하자 "걔는 얼굴은 별로니깐 봉지 씌워놓고 하면 되겠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생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동기 여학생을 성희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위수현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25)씨 등 가톨릭관동대 의대과 남학생 3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의학과 동기 남학생 일부가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같은 과 동기 여학생인 B씨를 별명으로 지칭하며 욕설과 함께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대화방에 있던 다른 동기생 2명도 B씨 키와 몸무게를 두고 조롱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했다"며 "대화방 캡처 화면 등 증거로 미뤄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과대학 내에서 학생이 성희롱 발언을 넘어 성추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상에는 성범죄 전과자가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데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201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 3명은 경기도 가평군 모 민박집에서 함께 여행 온 동기 여학생이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속옷을 벗기고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
그 중 한 명은 디지털카메라로 범행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3명의 남학생은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출소한 두 명의 가해자가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한 타 의과대학에 입학해 재학 중인 사실이 알려져 또다시 파문이 일었다.
이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는 2016년 "중한 성범죄 전과를 보유한 사람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에 법적 제재가 없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성명을 냈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 17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여학생 중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37.4%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성희롱 경험 18.3%, 시각적 성희롱도 17.1%에 달했다.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여학생은 72.8%로 남학생의 45.5%보다 1.6배 높았다.
인권위는 “성희롱이나 성차별의 경우, 피해를 겪은 여학생이 신고 뒤 가해자를 감싸는 남학생들로부터 심각한 2차 피해를 받은 사실도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