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졸속으로 공공의대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서남의대 사태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등과 같은 반복된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1990년대 정부는 지역별 의료 공급 불균형을 줄이고 지방대학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의대 개설을 집중적으로 허가해 줬다.
그 과정에서 교육 인프라 및 교수 부족 등은 물론 제대로 된 대학병원을 갖추지 못한 학교에도 의대 설립을 인가해주면서 부실의대 논란은 갈수록 증폭됐다.
최근 국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이 "부실한 의학 교육기관 설립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 설립 시 엄격한 '관문'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안을 제출하고 나섰다.
의학·치의학·한의학·간호학 등 의학 교육기관 설립 시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치된 의학교육평가원에서 사전 평가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현행에 따르면 국민 생명 및 국가보건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인 교육기관의 경우, 평가·인증을 받도록 법률로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서남대 의과대학 폐쇄와 의학전문대학원제도 실패 등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박 의원은 "여당이 정치적 고려만을 바탕으로 국립공공보건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근간은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을 통해 의학·치의학·한의학·간호학 등 의학교육 과정 신설 시 그 '이전부터' 엄격한 평가·인증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 건강을 책임질 예비 의료인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은 "부실의대였던 서남의대가 우여곡절 끝에 폐교됐다"며 "이제는 공공의대 신설에 필요한 수천억원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호남지역 의대·병원 우선 지원해서 의료 질(質) 높여야"
박 의원은 "우선, 호남지역 의대와 병원을 지원해서 의료 질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며 "그럼에도 여당은 의료단체와 협의나 공론화 과정은 생략하고 정치 논리만을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금 부실한 의학 교육기관으로 인해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수백억 원도 아니고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공공의대 신설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던 의료계로서도 이 같은 법안 발의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교육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일부 의대 폐쇄 등 잇따른 의학교육 정책상 문제는 실제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2월 서남의대 폐쇄, 3개 의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모든 의학전문대학원의 의과대학 전환 등이 바로미터다.
의협은 "의료인 기본교육의 근간은 결코 정책 기조에 따라 쉽게 바뀌어선 안 된다"며 "그 동안 예비 의료인들이 교육받을 권리가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학교육기관 설립 단계부터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으며 평가인증기관에서 예비인증을 받은 대학만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
박종혁 대변인은 "우리나라도 사전 설립허가, 신입생 모집허가, 매년 평가‧인증, 첫 졸업생 배출 후 완전인증 등 신설 의학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인증의 단계별 적용 기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문학적인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공공의료대학의 성급한 설립보다 양질의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