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23년 만에 부활한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지원자 미달로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이와 관련, 제도 인지도 및 사전 교육, 업무 인프라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과대학교 입학 혹은 재학 중인 학생이 장학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1977년부터 1996년까지 장학생 1461명을 배출했지만 1996년 지원자가 없어 작년까지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및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 등으로 인해 공중보건의 수가 급감하면서 공공보건의료기관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됐고 결국 공중보건장학제도가 다시 도입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시범사업으로서 공중보건장학생(이하 공보생) 모집공고를 내고 추가모집까지 진행했지만 지원자는 모집인원 20명 중 9명에 그쳤다. 이 같은 미달사태로 장학생 모집은 다음 학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제도 인지도가 낮은 점을 공보생 지원 미달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전시형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장은 “모집 공고 외에는 학생들이 제도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짧은 기간 내에 생소한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견해다.
이어 전 회장은 “졸업 뒤 수년 동안 정해진 근무지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만큼 제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학자금을 지원하고 학교를 세울 것이 아니라, 의료 공공성에 대해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근무자가 지원할 전체적인 인프라를 우선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엄격한 제도 및 조건·사전교육 부재, 업무환경 열악 지적
공보생과 근무환경이 상당부분 비슷한 공중보건의사들 역시 이 제도에 한계가 많다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조중현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공중보건장학생이 미달된 사태에는 충분한 배경이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제도 조건을 인원미달 이유로 꼽았다. 공중보건장학생제도 하에서는 원하는 근무처를 지정할 수 없고 향후 이동·변경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간편한 해결책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등 조건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유입될 만한 추가 요인을 마련해 선발단계에서 거부감을 줄일 것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근무지역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응급·일차진료에 대한 교육 없이 지역의료 현장에 즉시 투입되도록 하는 교육시스템도 지적됐다.
조 회장은 “지방의대에서마저 대형병원에서만 실습하는 현실이다. 90% 이상의 공보의가 배치 전(前)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두려움을 겪는다는 대공협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며 “이는 곧 공보생이 겪을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 PSAP 정책을 벤치마킹하길 추천했다. 해당 정책에서는 학생 측에 병원과의 1대1 매칭 실습교육을 제공한 후 자율 배치를 했고 이후 의료인 지역 회귀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열악한 업무환경도 중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민간병원에서 근무할 경우 공보의와 마찬가지로 사회경험이 부족한 공보생들은 불리한 계약을 하기 쉽다.
대공협이 지난 3월 실시한 ‘민간병원 근무 공중보건의사 실태조사’에서는 ▲임금체불 ▲과도한 초과·야간근무 ▲주말·공휴일 근무 ▲연·병가 부재 ▲의료장비 및 시설 낙후, 상근 경비인력 부재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