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일방적 정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매번 되풀이 되는 논란에도 좀처럼 변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복지부는 각종 굵직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있어 의료계와의 협의에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급기야는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서는 등 최악의 상황도 연출됐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고, 비난의 화살은 늘 의사들 몫이었다. 애석하게도 복지부의 일방통행은 올해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 생명 최전선에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들과의 마찰음이 들린다.
의료정책, 배제된 전문가단체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 분야 의료취약지 지정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취약지 선정 기준을 기존 인구수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소요되는 시간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약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은 공중보건의사를 배정받을 수 있으며, 매년 2~4억원의 보조금 혜택도 주어진다. 새로운 선정 기준이 적용됨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된 의료기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충청북도 제천시와 증평군이 취약지에서 제외되고 인구수 20만명이 넘는 충주시는 취약지에 선정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의료계는 이러한 상황을 복지부의 불통에 기인한 결과라고 토로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응급의료 취약지 선정 과정에서 공급자 의견을 배제했다는 지적이다.
대표단체라 할 수 있는 대한응급의학회는 “복지부가 이번 고시 개정 과정에서 어떠한 의견도 묻지 않았다”며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당사자인 의사도 모르는 삭감
문제는 정책 결정에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해당 정책을 피부로 느끼는 당사자 역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월 5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이 수당이 40만원으로 줄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아무런 설명 없이 전국 600여 명의 수련보조수당이 삭감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반발했다.
2015년 타 진료과 수당 폐지 당시 복지부는 “응급의료가 국내 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복지부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그것도 아무런 조율이나 통보없이 돌연 수련보조수당을 삭감하는 행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전공의들의 반응이다.
대전협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유관기관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 그리고 추경예산 편성 및 타 분야 예산투입 시기 조절 등을 통한 수련보조수당 원상 복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와 협의 진행돼야 하는 이유는 국민 건강 제고 목적”
의료인의 명찰 착용을 의무화하는 일명 ‘명찰법’ 시행에서도 복지부의 소통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당초 올해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한 달 간 유예됐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명찰을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게 반발에 나선 의료계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할 경우’ 등의 전제조건을 달아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 시행을 강행하려 했다.
이에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거부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맞섰고, 결국 복지부는 당사자인 의료계 반발을 감안해 법 시행을 미뤘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메르스 사태 당시 의료인과 정부가 힘을 합쳐 위기를 해결했던 것처럼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정책에 대해 전문가단체 등 의료인과 상의하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고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