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 전공의 육성도 국가의 필수공익사업 중 하나인데, 전공의법 등 규제만 있고 지원은 없다.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4일 고대구로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은백린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총무이사 겸 대한의학회 학술진흥이사는 최근 논란이 된 서울백병원 전공의 사태와 관련해 전공의 육성에서 국가 지원을 촉구했다.
은 이사는 “특정병원의 경영상황에 대해 자세히 모른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모든 병원들이 전공의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의료기관의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준수 등 의무가 생기면서 근로자이자 피교육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는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이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촉구한 ‘전공의 교육수련 과정의 국가지원’ 등 주장과도 궤를 함께 한다.
은 이사는 “전공의들은 지도전문의로부터 교육 뿐만 아니라 감시도 받는 입장”이라며 “대전협에서도 역량 중심 수련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고, 전공의를 가르쳤다고 교수에게 강의비가 따로 나오지 않는 등 상황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영국·일본 등 사례를 거론하며, 전공의 육성에 대한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은 이사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메디케어에서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한 지불을 돕기 위해 해마다 95억 달러(약 9조 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2012년 기준), 메디케이드는 메디케어 다음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의 가장 큰 재원으로 의사 및 보건의료전문가들에게 직·간접으로 임상훈련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영국은 의료의 국영화로 수련교육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는데, 여기에 의료진의 교육과 관련된 예산이 약 50억 파운드(약 7조원, 2013년 기준) 가량 포함돼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의사법의 강제규정에 따라 모든 의사는 주니어 레지던트 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의 비용을 국가 일반회계로 충당한다.
지난 2011년 후생노동성은 ‘의사부족지역 임상수련 보조예산’으로 10억 9600만엔(약 109억원) 신설했고, 지바현의 경우에는 ‘임상수련의 질 향상 및 수련의 확보를 위한 임상수련 병원군 형성’ 촉진을 위해 9300만엔(약 10억원)을 투자했다.
은 이사는 “전공의 육성을 위한 수련예산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데 복지부 입장은 ‘불가능’이고, 의료질 향상 분담금 질적 수가 7000억원 중 560억원이 ‘전공의 교육수련비용’ 에 해당한다고 했다”며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만 42개인데 충분하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수련비용을 하루아침에 전부 부담할 수는 없더라도 단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교육에 국가 지원 절실”
“교수-전공의, 서로 소통과 배려 문화 필요”
한편, 은백린 이사는 교수-전공의 간 서로 소통과 배려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뜻도 피력했다. 단순히 전공의들에게 교수를 이해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교수들도 전공의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과거보다 환자들의 요구가 높아진 관계로 전공의들도 힘들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높아진 만큼, 이에 수반하는 여러가지 할 일이 생겼기 때문에 병원 내 모든 직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의료계 현실을 서로 이해했으면 좋겠다”며 “교수들도 전공의를 이해하고, 이들이 윤택한 삶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전공의들에 대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은 이사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교수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소통과 배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만 해주는 것은 아니고, 아랫사람도 윗사람에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