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이 능사는 아니지만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전공의에 대한 폭행 등 의료기관 내 비윤리적 갑질 문화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수련 환경 개선에 각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27일 오후 최종 관문인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전공의 폭행에 대한 조치사항을 의료기관이 미이행할 시 수련전문과목 지정 취소 규정을 신설’하는 전공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보호를 위한 지침을 고시해야 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이동수련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폭행 등을 행사한 지도전문의에게는 지정 취소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권미혁 의원은 "전공의법 개정으로 의료기관의 비윤리적 갑질 문화가 개선되고 전공의가 좀 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안이 심각한만큼 이달 초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전공의 폭행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여야 의원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복지부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수련병원 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가 하면 이동수련 조치 주체를 현행 수련 병원의 장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변경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수련병원에서 폭행을 당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원장에게 이동수련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지만 폭행 발생 시 피해 전공의가 해당 수련장에게 이동수련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주체가 달라진다면 개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전공의법이 통과한 만큼 실질적인 수련 환경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전공의들을 폭행에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폭행의 피해자로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던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수련 기관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교수나 상급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수위가 낮았던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난해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등에서 전공의들이 피해를 겪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공의협의회에 접수되는 민원이 적지 않지만 “처벌은 정직 등으로 수위가 낮고 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전공의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됐지만 가해자가 병원으로 돌아오고 피해자가 숨어지내는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전공의들이 기본적 인권을 보호받고 환자들도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