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유출과 더불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보공개 확대와 지방ㆍ중소병원의 의료 질(質) 입증이 관건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의료ㆍ재단연합회는 25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사진], ‘의료의 양극화, 어떻게 하면 해결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다 내실 있는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단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환자들은 서울 대형병원과 지역병원들의 질이 실제로 어떤지 잘 모르나 대형병원이 낫다는 인식만큼은 확고한 상태”라며 “포괄적 의미의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기관 단위의 정보공개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개인 단위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의사들이 시술하는 질환별로 정보를 나눠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미국 일부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식을 도입했다. 같은 질환에 대해 같은 질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 없인 집중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빅(Big)4 병원에서 수술만 잘 받으면 암 치료가 가능하다, 연달아 예약을 잡아 빅4 병원을 의료쇼핑 하는 상황’ 등 뿌리 깊게 박힌 대형병원 제일주의를 바꾸기 위한 명확한 사실정보가 필요하단 것이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최근 한 신문사에서 발표한 보정 사망률 자료에서도 사실상 빅4의 사망률이 낮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서 빅4 병원에 대한 약간의 허상들이 점차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대형병원 외과 등의 경우 의사 하루 시술 건수가 너무 많다보니 질 평가 개념을 달리해야 할 것이란 주문이다.
그는 “어느 서울 대학병원 교수의 경우 해외 학회에서 일부러 시술 건수를 낮춰서 발표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국내 대형병원 의사들은 전 세계의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은 수술을 소화하고 있다”며 “하루 7건의 수술을 시간에 쫓겨 하는 의사와 하루 1건을 성의껏 하는 의사, 이제는 따져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1년에 10건 미만의 수술을 하는 의사의 경우 술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그 이상을 한다면 질적 부분에 있어선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 “인증 등의 평가에 있어서 한 의사의 수술 건수를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감점요인으로 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치료성적 정보 공개를 가장 원하는 것은 환자들이다. 굳이 KTX타고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고 싶지 않지만 빅4 병원에 눈높이가 맞춰진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들은 이미 서울 대형병원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백혈병만 하더라도 대형병원이라고 다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병원들의 치료성적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는 것”이라며 “객관적인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보공개가 더욱 확대된다 한더라도 환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규식 원장(연세의대)은 “정보공개를 하더라도 환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정과 결부돼야 하는 문제”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