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 전면시행에 반발, ‘수술거부’라는 초강수 대응책을 내놨지만 정작 의료 일선에서는 동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포괄수가 자체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을 하지만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하는 ‘수술거부’ 방식에는 동조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 최근 긴급 회의를 갖고 의사협회를 위시한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 포괄수가 관련 개원가 단체들의 수술거부 결정에 대해 동참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수가 방안은 수가 문제를 비롯해 질병 세부 분류 등 적잖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술거부’는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전문병원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의협이 우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공감도 하지만 환자를 볼모로 하는 수술거부는 틀린 방법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병원협의회는 회원 병원들에게 포괄수가 관련 질환의 수술거부 독려가 아닌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라는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다. 즉, 협의회 차원에서는 ‘수술거부’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전문병원협의회는 현재 11개 질환, 10개 진료과 99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 포괄수가 관련 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병원들이다.
실제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제왕절개와 자궁수술을 담당하는 산부인과가 13개 병원, 백내장을 시행하는 안과가 8개 병원, 편도수술을 하는 이비이인후과 2개 병원, 탈장과 치질수술과 관련한 외과 병원 2곳 등 총 25개 병원이 포괄수가와 관련한 병원들이다.
더욱이 이들 병원은 수술건수와 실력에서 국가가 공인한 전문병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술거부 불참 선언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병원계 한 인사는 “포괄수가가 적용되는 질환의 실질적인 수요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병원들이 수술거부에 불참한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도 개원가 중심의 수술거부 방침에 반감을 표했다. 학회는 1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통해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에는 반대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 관계자는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새생명 탄생의 숭고함을 지키는 산부인과 의사 본연의 사명은 별개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제왕절개 수술거부라는 사태는 없을 것이지만 정부는 이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사협회도 ‘수술거부’ 선언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 대국민 여론조사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에 따라 수술거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강행’이라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 관계자는 “포괄수가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는 수술거부 돌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