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비만치료주사제를 구입, 환자들에게 주사한 의사에 대한 1개월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진주시 소재 개원의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1심 판결에 이어 또 다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 2009년 9월경 A씨는 의료용품 판매사 J모 업체 영업사원으로부터 무허가 비만치료주사제(PPC주사제) 65개를 구입, 두 달에 걸쳐 내원 환자 7명에게 나눠 주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복지부는 A씨가 무허가 PPC주사제를 사용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1월의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J사 영업사원으로부터 해당 주사제가 허가된 의약품이라고 들었고, 주사제가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허가된 것을 주사제 외관만으로는 식별키 어려우므로 허가된 의약품으로 알았다"며 복지부 처분에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1심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도 복지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 처분 취소를 주문했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A씨가 해당 주사제가 무허가 의약품인 줄 모르고 사용했더라도 의사에게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이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복지부의 1개월 면허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또 "자격정지 1월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의 상한으로서 가장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에 행해져야 하지만 정황 상 A씨의 PPC주사제 사용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는 그리 큰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개원의라는 점을 십분 반영해 복지부의 처분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이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경우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개인적 신뢰와 유대관계가 병원운영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A씨의 이익은 중하다"고 전했다.
이어 "복지부는 PPC주사제를 구입한 의사들의 자발적 진술에 의존해 이번 사건 주사제 사용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을 했을 뿐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았으므로 같은 위반행위를 하고도 처분되지 않은 의사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의적 재량행사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항소심으로 다시 맞섰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복지부는 또 패했다.
고법 재판부는 "복지부도 의사들이 비만치료 목적으로 PPC주사제를 주사하는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투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행정조치 요청을 하기 이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복지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