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의계가 한약 처방을 캡슐 등 양약 모양으로 만든 약품의 처방권을 의사(양의사)에게만 부여한 현행 '천연물신약' 제도의 정당성을 가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한한의사협회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한약 추출액 등 한방 처방을 양약 형태로 개발한 제품을 천연물신약으로 허가하는 근거를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4일 밝혔다.
비대위는 '생약의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추출물 등)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를 천연물신약에 포함시킨 식약청 고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은 한의사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기존 한약에 알코올 용매 등을 넣어 추출한 후 알약 등의 형태로 만든 제품은 임상시험을 거쳐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비대위는 녹십자[006280]의 '신바로 캡슐'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 정'을 사례로 들었다. 이들 제품은 각각 유명 한의원 원장의 '청파전'과 '활맥모과주' 처방을 근거로 개발된 천연물신약이라는 게 비대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방 임상경험을 근거로 개발된 천연물신약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병의원 의사만 처방할 수 있을 뿐 한의사는 처방권이 없다.
비대위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한방에서 안전하게 사용됐다는 이유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자료를 허술하게 요구하고는 정작 한의사는 쓸 수 없는 양약으로 허가하는 현행 천연물신약 제도는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법령인 의료법·약사법과 충돌하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건복지부와 식약청도 천연물신약 법령의 문제점을 여러 자리에서 시인했다"며 소송 결과를 낙관했다.
실제로 손건익 복지부 차관은 작년 11월 언론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직원과 대화' 자리에서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의사에게만 부여한 관련 법은 문제가 많고, 약사법과도 충돌한다"며 '정책 리모델링'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대위는 또 제약업계에 특혜를 주기 위해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된 정황이 있다며 식약청에 천연물신약 허가 검토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일부 제약사를 상대로는 특허침해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비대위는 전했다.
비대위는 이번 행정소송과 정보공개청구를 계기로 17일 서울역 또는 여의도광장에서 한의사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어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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