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면 더는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 죽을 수밖에 없어요." 17일 윤정부(71·진주시 지수면) 씨는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으로 자신이 처한 처지를 이렇게 한탄했다.
윤 씨는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지난 1월 10일 진주의료원 51병동에 입원했다. 지난 30여 년간 같은 질환으로 진주의료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수 십 차례 반복해 왔다. 적게는 열흘부터 많게는 3개월씩 입원하기도 했다.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호흡곤란증상을 일으키는 탓에 그동안 직업도 갖지 못했다. 그는 진주시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주는 한 달 33만원의 생계비가 수입의 전부다.
이 때문에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일반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윤 씨가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는 의료원에서 한 달에 식사비의 20%인 6만~7만원만 내고 치료를 받고 있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으면 진료비가 없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박창순(83·여)씨도 윤 씨와 사정이 비슷하다. 2009년 뇌경색과 골다공증 등 질환으로 입원한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주는 장애수당 등을 끌어모아 한 달 70여만원의 진료비를 내고 있다. 일반 병원보다 20만~30만원 저렴하다.
박 씨는 이전에 일반 병원 2~3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 달 이상 장기간 입원하면서 건강보험의 진료비가 낮아져 수익이 줄어들자 병원 측에서 퇴원을 종용해 의료원으로 오게 됐다. 박 씨는 의료원이 폐업하면 더 치료받을 수 없게 된다는 걱정에 최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의료원에서 치료받으며 연명하고 있는데 이젠 집에서 죽는 날만 기다리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진주의료원 노인병원에는 현재 7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지난달 26일 경남도가 폐업 방침을 밝히고 퇴원이나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을 권했는데도 24명만 퇴원했다.
상당수 환자가 윤·박 씨와 같은 이유로 퇴원하거나 병원을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노인요양병원에서는 호흡곤란 등 위기상황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점도 전원하지 못하는 한 이유이다.
의료원은 지금도 입원 환자들을 치료하고 하루 100명 가량의 외래환자를 받고 있다. 지난주 저소득층 환자 2명이 입원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의료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도 내 시·군의 노인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전원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지역의 노인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시설이 낙후되고 의료진도 배치되지 않아 전원할 수 없다며 의료원 만한 노인병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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