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가 시행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여당 의원 4명 모두 원격의료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피력했다. 관련법이 확정되면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한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입법예고 단계이기는 하지만 원격의료 논쟁이 몇 년간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여당 의원이 보인 이 같은 태도는 원격의료 실효성 검증 논란,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등 많은 사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여당 법안심사소위원인 유재중‧김현숙‧류지영‧신의진 의원은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복지부의 입법예고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검토 중”이거나 “국회 심사 때 밝히겠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우선, 류지영 의원실은 “아직 검토 중이다. 복지부에서 국정감사 후 관련 설명을 하러 온다고 했으니 일단 설명을 들어볼 예정이다. 그 후에 미비점을 검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상급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의료계 목소리에 대해서는 “일차의료 위기는 사회적 문제다. 향후 원격의료 이용 대상이 병원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보다 세부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숙 의원 역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김현숙의원실은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누구보다 껄끄러울 신의진 의원은 가장 말을 아꼈다.
신의진 의원실은 “정부와 의료계 간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견해를 밝히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 조정 여부가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정안을 보고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입장 표명을 미뤘다.
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재중 의원은 정부안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 문(門)을 열어 놨다.
유재중 의원실은 “의원실에서 다양한 의견을 검토 중이다. 국민 편익 차원에서 분석해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입법은 정부의 입장이고, 국회 의견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정부안 그대로 통과된 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원격의료 철회나 수정 가능성을 높여 의료계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 방법 중 하나로 원격의료를 선정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는 의료보건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해 TF를 꾸려 호응하고 있는 상태여서 철회나 수정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당론 차원에서 입법을 막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격의료는 의료 민영화의 전 단계라는 주장에 더해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동네의원이 굳이 원격의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오진 가능성, 원격의료 장비 구축 비용, 악용 가능성 등을 살펴봤을 때 실익보다는 손해가 큰다는 판단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싶은데 대형병원까지 포함하면 2010년처럼 시작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고 일단 동네의원으로 한정해 사전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관련 의료법개정안을 내년 상반기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