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약계층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붕괴돼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순이 발생할 것이다."
예정대로 정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노선 변경없이 진행할 태세다. 그러자 의료계는 "대재앙을 초래할 원격의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29일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해 의료 대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의견서를 통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의협은 "원격의료로 인한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가정해보자. 환자 책임이나 장비 결함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결국 의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원격의료 역할과 책임, 개인 프라이버시와 법적 책임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를 시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보건의료서비스는 국가 핵심이며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며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체계 대혼란과 붕괴는 고용축소, 국민의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 및 국가산업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입법예고안 자체의 허술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대상이 모호하고 현실과 동떨어지도록 규정돼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실제 과거보다도 인터넷, 특히 모바일 접근성이 증가한 반면 의료기관의 경영상태는 더욱 악화돼 비윤리적인 진료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정부 예상과 달리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거듭 우려감을 표했다.
의협은 또한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없애는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돼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외래 원격의료 환자를 두고 무차별적인 경쟁을 할 것"이라면서 "지리적 접근성에 근거해 운영되는 동네 의료기관과 지방 중소병원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송형곤 대변인은 "정부가 이번 만큼은 전문가들 의견을 존중해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한번 무너진 의료생태계는 절대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