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수도권 5000병상 증설 얘기가 나왔을 때, 이는 지방 대도시 2개 붕괴와 같다고 얘기했다. 근데 이를 알면서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고, 결국 통제되지 않는 과잉 의료 이용, 건보재정 위기로 의료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
박종훈 고려대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지난 2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대한민국 의료 이용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개최한 ‘제2차 미디어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미디어포럼은 최근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병원들이 과잉 진료 기반 운영, 건강하지 않은 의료는 지속 불가능”
이날 박종훈 교수는 필수의료 전공 기피 현상 및 지역의료 붕괴는 의사 수가 아닌 의료제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종훈 교수는 “OECD 평균에 미치치 못하는 의사 인력이라는 얘기를 자꾸 한다. 그렇다면 OECD 평균 3배에 달하는 병실, 6배에 달하는 외래진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의사가 5~10배 정도 역할을 해왔던 것인데, OECD 평균을 갖고와 의사 수 확대를 말할게 아니다. 한국은 설비, 의사 증원에 따른 비용이 어느 순간 환자 증가에 따른 수입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 때문에 대학병원이 망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분명한 건 과잉 투자와 의료인력으로 의료가 붕괴될 거란 우려를 했고, 이 기저엔 우리나라 의료가 건강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병원들이 과잉 진료를 기반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의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느끼는 원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에는 의료 이용자와 공급자는 있지만 관리자의 부재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또, 의료 이용에 대한 포퓰리즘이 응급실 뺑뺑이 등 상황을 낳았다고 봤다.
그는 “건강보험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의사 수 부족 주장보다 선행해야 된다”면서 “한국의 의료 제도가 포퓰리즘에 이끌려 왔던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퓰리즘으로 재정적 공평성 원칙은 붕괴됐고, 현재 과잉진료가 난발되는 상황을 막지 않고서는 필수의료 붕괴를 앞당길 뿐”이라며 “의사 수만 논의하는 것은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의대생·전공의 출구전략 없이 나와, 복귀 어려울 것”
박 교수는 “과거에도 전공의들을 그렇게 투쟁에 전면에 내세웠고 당시 의료계 그 누구도 결국 책임을 져주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방치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지금 당장 전국 유지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컨트롤이 의료계 내에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예상을 했었고 그래서 오래 못갈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그런데 현재 나가 있는 대학생, 전공의들이 누구 말을 듣고 언제 돌아와야 하는지 출구 전략 없이 나왔기 때문에 한 달이 지나고선 이제 못 돌아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변화 등에 의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 교수는 “단 하나의 전제 조건은 이제 정부 스탠스 변화 등이 관건”이라며 “정부 기조가 변화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어 못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