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산부인과를 둘러싼 의료 정책과 저출산과 같은 사회문제로 인해 산부인과 위기가 현실화되자 변화를 위한 활로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내달 초 개최될 총회 안건에 진료과명 변경을 상정하기로 했다.
진료과명 변경 추진은 과거에도 진행된 적이 있으나 원로들을 비롯 많은 의사들이 전통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해 성사되지 못해 왔다.
이에 따라 무기한 보류 방침으로 분위기가 흘러 진료과명 변경은 힘을 잃었지만 최근 이 같은 반대 여론이 오히려 변화를 위한 갈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학회 측은 “전국 주임교수 회의 등을 통해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수렴했다. 명칭 변경 찬성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로써 17일 여성(건강)의학과로의 명칭 변경이 총회 안건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피임약 재분류 작업이 학회를 움직인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시민단체에서 명칭 변경 제안이 들어오는 등 산부인과에 대한 오랜 편견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신정호 사무총장은 “5~6년 전에는 내부 반대에 부딪쳐 개정이 추진되지 못했으나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피임약 논의를 거치면서 산부인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높아 여성의학과로의 개정 의견이 시민단체에서 먼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부족과 열악한 분만 환경 등 산부인과 진료실 풍경이 막강한 필수 의료 역할을 담당하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진료과명 최종 변경을 위해서는 총회에서의 합의뿐만 아니라 타 과 의사들이나 일반인들의 인식 여부가 중요하다.
그는 “산부인과가 힘들어지다보니 오히려 내부 갈등 보단 무엇이라도 바꿔보자는 의견들이 많다”면서 “산부인과에 대한 미혼여성들의 심리적 문턱이 높다고 어렵다는 사실을 타 과에서도 다 알고 있다. 공감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개원가에서도 난국 타개를 위한 변화 의지가 보다 강해지고 있다.
내달 21일 개최되는 학술대회에서는 ‘산부인과 문턱 낮추기-진료과목 2개 쓰기’를 전체 주제로 뽑고 관련 프로그램을 꾸렸다.
산부인과를 넘어 여성건강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밑그림인 셈이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어려울 때 일수록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 뭉쳐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산부인과와 여성의학 분야의 진료 문턱 낮추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