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산모 중 한명을 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살려야 합니까?” “당연히 산모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병원에서 산모가 사망한 사례는 없었어요.”
얼마 전 종영된 인기드라마 ‘굿닥터’의 한 장면이다. 생명에 우선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산부인과에서는 그래야 한다는 상황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이는 모성사망률과 맥을 같이한다. 모성사망률은 임신, 분만, 산욕 등으로 산모가 사망하는 비율로 국가의 보건 수준을 대변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된다.
최근 우리나라 모성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가 발달하면서 하향세를 타던 모성사망률은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주목되는 점은 모성사망률과 산부인과 전문의 수 반비례 공식이다. 즉,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줄면서 모성사망률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두 현상의 변곡점 역시 일치한다.
실제 한국의 모성 사망비는 2008년 10만 출생아 분만 당 8.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17.2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분만 후 출혈, 임신중독증 등 고혈압성 질환, 양수색전증 등 직접 모성사망비는 1.6배 증가했다. 이는 OECD 평균 11.5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모성사망률 증가는 산부인과 의사 수 감소로 고위험 임신관리 능력이 떨어진데 기인한다.
실제 그 동안 산부인과 전문의 수 변화를 살펴보면 국내 모성사망률 증가 원인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소폭의 둔화는 보였지만 2007년까지 200명 이상 배출됐던 산부인과 전문의는 2008년 들어 177명으로, 사상 첫 200명 고지가 무너졌다.
이후 2009년 138명, 2010년 108명 등 급락세를 보이더니 2011년에는 96명만이 배출, 세자리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 역시 2006년 이후 8년 연속 미달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이 같은 현상은 내년 모집에서도 재현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처럼 적정 전공의 수가 부족하다보니 남아있던 전공의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악화되고 중도포기가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산부인과 전문의 실근무율은 2003년 87%에서 2012년 59%로 떨어지면서 15개에 달하는 수련병원에 전공의가 한 명도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보험위원장(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은 “모성사망률이 후진국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산모를 돌보는 의사 수 감소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금의 상황은 국내 산부인과의 비참한 현실”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모성사망률 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