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앞둔 의료계 '필수의료 등 의정협의체 시동'
잠정 중단된 9.4 의정합의 추진 의지 피력, '간호법·영리병원 반대'
2022.04.14 06:0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및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이필수)가 그간 잠정 중단된 9.4 의정합의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 12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의대 증원 중단 및 의료전달체계 회복 등의 사안을 논의키로 한 바 있다. 
 
박 의장은 “의정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특히 의료전달체계와 필수의료체계 부활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회원·대의원과 소통하면서 민의(民意)가 반영되도록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래 의료계 인사들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새정부 측과 접촉 및 접점이 늘고 있다. 이에 박 의장은 내달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최근 정호영 경북대병원 교수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는데 그는 필수의료과인 외과 전문의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정호영 교수는 임상의사이면서 외과 전문의로서 필수의료와 기피과에 대해 잘 아는 분이다”며 “두고 봐야겠지만 의료계에서는 좋은 신호로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새 정부가 표방하는 ‘과학방역’ 취지에도 공감을 표했다. 
 
그는 기존 방역정책과 관련해 “확진자·중증환자·사망자 등을 보고 방역 단계를 낮추고 또 단계를 높이는 등 어느 순간부터 수칙이 계속 바뀌었다”며 “경제·정치 상황에 따라 변질돼 ‘정치방역’·‘경제방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인수위 측의 과학방역은 기준을 정하고 방역수칙을 높이고 낮추는 과학적 근거를 갖추자는 취지로 보인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지침 개편 전(前) 전문가단체와 소통" 촉구···"정부와 신뢰 회복 노력" 
 
이날 박 의장은 오는 4월 23일~24일 예정된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올라온 안건을 소개했다.
 
특히 그간 코로나19 진료체계와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 방식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던 실정이다.  
 
박 의장은 “지금까지 방역지침 개편은 정부가 일방 통보했기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들의 혼란이 극심했다”며 “지침 개편 전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언론에 공개하기 전(前) 회원들에게 미리 알려 충분한 시간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본사업이 시행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분석심사와 관련한 안건도 있다.
 
분석심사는 개별 청구건에 대해 급여기준 부합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과 달리 진료정보를 주제별로 분석 지표·청구 현황 등을 다차원으로 분석하는 심사법이다. 
 
지난해 의협 대의원회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심평원 측에서 최근 의협에 ‘분석심사 전문심사위원회(PRC)’에 참여를 요청했다.
 
박 의장은 총회에서 관련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심사 체계 자체가 대학병원·종합병원에 맞게 설계돼 1차 의료기관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피해가 적도록 심사체계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는 안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했다’, ‘속았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지 않나”며 “회원들은 심평원·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걱정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간호법, 보건복지위원회서 법사위원회 이관 마지노선 필사 저지 
 
이밖에 의료계가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간호단독법·제주녹지국제병원·원격의료 등이 그 예다. 
 
현재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데, 박 의장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는 순간을 마지노선으로 본다”며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고 역설했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도 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제도와, 집행부 정치 방향과도 어긋난다”며 “영리병원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가 총대를 멘 원격의료(비대면진료)에 대한 전향적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0여년 간 이를 반대했던 의협도 시대 변화에 따라 무조건적 반대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환자 건강, 안전 문제가 좌우될 수 있고 법적 책임소재 문제 등 많은 것들이 보완돼야 한다”며 “그러면 적극적으로 또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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