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이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의협)에게 중소병의원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
노조의 교섭 요청일이었던 오늘(14일) 오전이었다. 노조는 용산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실을 직접 찾아 교섭요구안 전달을 시도했다.
앞서 지난달 노조는 출범 후 최초로 의사단체에 노동기본권 교섭을 요구했는데, "사용자단체로서 교섭권한이 없다"며 거절한 병협 외에 의협·치협은 공식 답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이들이 노동기본권 교섭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며 "의료기관은 공익사업장으로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병의원 열악한 노동실태와 법 위반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의·병·치협이 내세우는 비전과 윤리헌장 등에 부합한다"고 피력했다.
나 위원장은 "우리가 요청한 교섭은 임금 인상, 인력충원, 노동조건 개선 등 세부사항에 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취지가 아니다"며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모자보건법 등에서 정한 최소한 기준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의협 등이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우리 취지를 설명해 설득하고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중소병의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의협 회관 앞 기자회견이 끝난 후 노조원 일부는 교섭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8층 사무실을 찾았다.
노조원들이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이후 출입문 인근에서 직원 2명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출입문은 계속 닫힌 상태에서 양측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출입문 밖에 있던 의협 직원이 "요구안을 주고 가라"고 했고 노조 측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라. 교섭 담당자를 불러서 직접 받고 검토하겠다고 하면 가겠다"고 반박했다.
대치가 지속되자 노조 측은 교섭 요구안을 전달하지 않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