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의료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이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의료기기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판단과 관련, 법률 어디에도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를 구분한 논거가 없어 대법원이 법 해석이 아닌 입법을 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판결, 국내 사법체계 후진성 드러내"
대한의료법학회는 지난 17일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 정립과 사법부 역할’을 주제로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를 주최하고 “이번 판결은 국내 사법체계 후진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이에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그 어디에도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를 구분해 업무범위를 규정한 논거가 없다”며 “하지만 대법원이 진단기기에 한해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법 해석을 넘어 법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보조수단’이라는 의미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보조진단은 주진단과 상관관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의학적 주진단이 전제돼야 초음파기기를 보조진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판결문 어디에도 한의학적 진단과 초음파기기 진단간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의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없으면 오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그에 대한 부작용은 모두 국민이 책임져야 하는 몫이 됐다”고 덧붙였다.
"무모한 '사법적극주의' 한계…심각한 오진 등 부작용 우려"
동일한 문제를 두고 지난 2013년 대법원 등은 체계적인 교육과 및 전문지식 부재 등을 근거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그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한의과대학에서도 충분히 영상의학 등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형욱 교수는 “당장 2020년도 판례에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충분한 전문지식과 교육 등이 부재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례는 2013년 판례만 언급하며 상황이 달라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고의든 과실이든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행위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직역에 금지되는 행위를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확장 해석한다면 의사가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이 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이번 판결은 무모한 사법적극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하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사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면허의료행위 처벌 규정은 환자 안전을 위함”이라며 “하지만 의료행위 위험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뤄진 이번 판결이 과연 환자 안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오진 등 예상과 다른 결과가 우려된다”면서 “법원이 사회를 선도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