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환자들도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그간 소속 단체 간 오랜 토론 끝에 19일 논평을 내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지적했다.
우선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구체적 규정이 없으므로 불법이 아니다'는 판결에 대해서는 "보건의료 특성을 반영한 기존 판례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한의학적 진단에서 초음파 기기 사용은 목적, 범위, 효과, 부작용 등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적 없다"며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분별한 오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법상 적법한 의료행위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서 모든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환자·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가 다기능 전자 혈압계, 귀 적외선 체온계와 잠재적 위험성 정도가 같다고 봤는데, 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연합회는 "혈압계, 체온계는 정량적 수치만 측정하나 초음파는 영상 판독,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며 "판독 시 오진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비침습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건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도 연합회는 의문을 표했다.
연합회는 "대부분 환자·국민은 양의학과 한의학 근거가 다른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가슴과 복부를 손으로 눌러 경도·탄력을 기준으로 진단하는 복진(腹診)에, 내부 장기 물리적 성질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초음파 기기가 도움이 되거나 한의학적 의료행위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교육 안받은 한의사도 있는데, 의사-한의사 적절한 범위 논의 필요"
대법원은 또 "한의학 교육과정만으로도 초음파 기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환자들의 시각은 달랐다.
연합회는 "한의대에서 진단학, 영상의학 교육 및 한의사 국가시험 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한의사도 많다. 특히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심장 초음파 검사도 있는데, 단순히 부작용이 적으니 해볼 수 있다는 판단은 아쉽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들은 이원화된 국내 의료체계에서 한 진단기기·의료행위가 특정 직역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지만, 오진 등 오남용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준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판결을 통해 기준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사와 한의사가 환자를 중심에 두고 토론과 숙의를 통해 적절한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각 직역의 입장이나 이익이 아닌 환자·국민이 안심하고 검사받을 수 있고 진단과 치료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입법적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