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의료계 단체행동 불씨가 4년 만에 피어올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의과대학 400명 증원 시도에 이어 윤석열 정부 2000명 증원 추진으로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2000’이라는 숫자의 근거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는 한편 4년 전 파업을 주도했던 전공의들 사직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다만 4년 전과 달리 익명성·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개별적인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법적 타당성’을 토대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동일 사안임에도 확연히 결이 다른 2020년과 2024년 의료계 투쟁 양상을 숫자, 투쟁방식 변화, 법적 문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했다. [편집자주]
① 의과대학 증원 규모 ‘2000명’···원흉은 누구인가
② 전공의 투쟁방식 변화···독자노선 걷는 젊은의사들
③ ‘法(법) VS 法(법)’···사직서 수리 금지·해외 출국 금지 타당성은
400명과 2000명. 각각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다. 무려 5배나 늘어난 이 숫자의 근거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연일 타당성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7월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 간 의대 정원을 매년 한시적으로 400명 확대해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역 의무 복무를 전제로 하는 ‘지역의사제’와 폐교한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공공의대도 설립하겠다고 했다.
2024년 2월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발표하며 의료계를 또 한번 발칵 뒤집어놨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을 2000명 확대해 매년 5058명의 의사를 배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의 차이라면 급증한 숫자 사이에 의료계와 정부 간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2035년까지의 의료수급 전망에 대한 연구, 전국 40개 의과대학 수요조사 결과 반영 여부다.
政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
정부는 2000명에 대해 ‘2035년까지의 의료수급 전망과 전국 의대 수요조사 및 역량 점검결과를 토대로 한 숫자’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하면 2035년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한 국책연구기관 논문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가 작성한 논문이다.
우선 신영석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2020년 11월 보사연 재직 당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신 교수는 해당 보고서에서 오는 2035년 의사가 9654~1만4631명까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최근 “연구 당시 비급여를 고려하지 못했고, 가용 데이터가 짧아 진료과목별과 지역별 불균형은 감안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의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는 1만816명, 권정현 KDI 위원 등 서울대 산학협력단보고서는 1만650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단체는 정부가 OECD 회원국과의 비교 외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2000명의 토대가 된 연구를 정부가 공개했음에도 논란은 식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3개 보고서 중 KDI, 보사연 등 2개 전문은 언론에 공개했으며, 복지부에 권한이 없고 대한병원협회에 권한이 있는 나머지 서울대 연구보고서도 가능한 범위에서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 자료가 전체 결과 보고서 발표 前 미리 잡지에 발표했던 분량의 1.8% 수준의 요약본이라는 지적에 부딪히고 말았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복지부 장관은 23일 “2000명 증원 규모는 2035년까지 의료수급 전망, 40개 의대 수요조사를 토대로 결정된 최소 수치”라고 못박았다.
미니의대 2배씩 증원 요청···의대학장단 “350명 적절”
또 하나의 증원 토대가 된 의대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40개 의대는 오는 2030년 총 7000명에 달하는 입학정원을 원했다.
일례로 입학정원이 40명인 건국의대와 가천의대는 모두 2배 증원을 원했다.
단국의대는 40명에서 80~100명, 을지의대는 40명에서 최대 120명, 인하의대는 49명에서 100명, 차의과대는 40명에서 80명, 강원의대는 49명에서 100명 등을 불렀다.
이 밖에 동국의대는 49명에서 80명, 경상의대는 76명에서 최소 120명으로의 증원을 원했다.
某 미니의대 관계자는 의학 교육 질 담보 우려와 관련해 “전임교원 수는 충분하고 학생 수가 워낙 적었기에 당장 2배로 늘려도 교육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350명 증원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저지하고 나선 것과 엇박자이지만 추가 조정 논의를 시사하고 있었다.
협회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인원인 350명을 제시하면서 “향후 의료인력 수급 양상과 필수의료 확충 성과를 지켜보며 추가적 조정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0명이라는 숫자가 공개되자 협회는 “현재 의대 교육여건을 감안하면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무리하게 희망 증원을 적어낸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계획대로 집행되면 우리나라 의학교육 수준을 후퇴시키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