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국 연세의대 교수평의회 부의장이 10일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후에도 정부가 계속 근거 없는 의대생 2000명 증원을 고집하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정말 현실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고 부의장은 이날 연세의대 교수평의회가 연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의 인사말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의료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 재원은 제한돼 있어서 효율적이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의정 갈등은 단순 이해관계의 대립을 떠나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심포지엄에서 제안된 의견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이날 '의사 인적 자원 관리와 의학교육'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대 증원 정책의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안 교수는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에 대한 증원 수요조사를 단 2주간 진행했다"며 "각 대학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원초적 희망 정원 조사에 불과했고 복지부도 객관적인 증원 기준 공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의대 교수 1명이 학생 1.6명을 담당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의대는 학생 1명당 교수 비율이 14.6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은 지금도 피로와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과 필수의료체계 붕괴의 가속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도 담겼으나,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정책의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 증원에 쏟고 있는 추진력을 의료정상화에 필요한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 건강보험 개혁 등에 쏟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장 교수는 또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들이 환자가 늘어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로 운영되는 병원 형태로 가서 이들 병원과 경쟁하면 작은 병원들은 망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