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일색전술 도중 뇌동맥류 파열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돼 약 1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는 환자 A씨 유가족 등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7년 9월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느끼고 B학교법인 병원을 찾아 신경과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A씨 뇌혈관 조영검사 결과, 우측 후교통동맥 기시부에 팽대 소견이 있다고 진찰하고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A씨는 2021년 4월 ‘만성적인 어지럼증이 있는데 2월경에 어지럼증이 악화됐다가 호전됐으나 여전히 증상이 지속된다’고 호소하며 B병원을 다시 찾았다.
검사결과, 목 부위 혈관조영검사에서 우측 후교통동맥에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관찰됐으며, 신경외과 의사는 A씨에게 뇌혈관조영술 검사 필요성을 설명하고 입원을 권유했다.
A씨 뇌혈관조영술 결과, 우측 후교통동맥에 딸낭을 동반한 비파열성 뇌동맥류 및 좌측 내경동맥 상상돌기주의 동맥류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뇌동맥류 부위가 파열 위험성이 높아 빠른 시일 내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1년 5월 20일 첫 수술을 받았는데, 첫 번째 코일 채우기(packing)를 시도하던 중 우측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가 파열됐다.
의료진은 A씨에게 만니톨 500㏄와 프로타민, 트라넥삼산을 투여한 후 출혈을 막기 위해 뇌동맥류 벽 주변과 지주막 아래 공간 근처로 코일을 채우고 외부 출혈 소실을 확인한 후 수술을 종료했다.
수술 다음 날 의료진은 중환자실에서 A씨 상태를 관찰하면서 뇌 CT 검사를 토대로 응급 개두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A씨는 상태가 악화되자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유족 "의료진 미숙한 술기로 뇌동맥류 파열" 주장
이에 A씨 유가족 등은 "의료진 술기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들은 "코일색전술은 코일이나 미세도관을 섬세하게 조작해 동맥류 파열을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B병원 의료진의 미숙한 술기로 뇌동맥류가 파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은 수술 도중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으면 추가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뇌CT 등을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반해 환자는 출혈이 악화돼서 뇌부종이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의료진은 수술 도중 뇌동맥류가 파열될 수 있는 가능성과 치료법인 개두술 및 코일색전술의 장단점 및 위험성 등을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수술동의서 등을 살펴보면 진단명 및 수술법,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뇌동맥류 자연 경과 및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예후, A씨 뇌동맥류 위치로 볼 때 수술 중 파열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술 도중 의료진 과실이 있다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일색전술 중 뇌동맥류 파열은 의료진 과실이 없어도 코일을 채워 넣거나 위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항이나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다발성 뇌동맥류로 파열 위험률이 높은 경우에 해당됐다. 반드시 의료진 과실로 뇌동맥류가 파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수술 후 의료진의 처치상 과실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의료진은 A씨 뇌동맥류 파열이 발생하자 뇌압 조절을 위해 만니톨 등을 투여하고 출혈을 막기 위해 지주막하 공간에 코일을 채워 출혈 소실을 확인했다"며 "수술 후 출혈이 증가한 소견이 없어 지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