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일색이던 무릎 관절염 진료현장에 최근 또 다른 선택지로 ‘줄기세포’ 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골수 줄기세포 주사’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면서 관심은 더욱 비등해지는 모습이다. 굳게 닫혔던 줄기세포 치료의 빗장이 풀린 만큼 각 의료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에 나서는 모양새다. 과잉경쟁에 대한 우려와 시술기관 옥석 가리기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연세사랑병원의 존재감은 과히 절대적이다. 진료와 연구의 동반 성장을 일궈낸 연세사랑병원은 자타공인 국내 ‘줄기세포 치료’의 메카다. 관절·척추 전문병원 최초로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를 설립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기술력은 세계 의학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선구자였던 만큼 고충도 적잖았지만 이제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기대감이 상당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였다”라는 말로 지난 고행(苦行)을 술회했다.
오롯이 환자 위한 치료법 개발 열정
그랬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무려 15년 전에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진료실과 연구실을 오가며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매달렸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 치료는 관절을 보존하고, 연골을 살려낸다는 점에서 미래 초고령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
당시 전국에서 밀려오는 환자들의 인공관절 수술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었지만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그의 진료철학은 자연스레 연구로 이어졌다.
임상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부분들을 토대로 줄기세포 치료는 물론 새로운 수술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병원 자체적으로 임상연구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의료진 학술활동을 적극 독려하는 등 ‘진료’ 영역 만큼이나 ‘연구’ 분야에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연세사랑병원은 현재까지 총 28편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법은 손상된 연골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연골 재생을 도모하는 시술이다.
연골 재생뿐만 아니라 환자의 염증 반응을 조절해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초·중기에 적용 시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The Knee △AJSM △BBRC 등 세계 유수의 저널들도 연세사랑병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 치료에 주목했다.
대학병원도 아닌 전문병원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보한 기술력인 만큼 그 의미를 더했다.
지금까지도 자가지방 줄기세포 연골재생 관련 최다 인용 논문은 연세사랑병원 연구일 정도로 세계 의학계에서 갖는 위상은 상당하다.
고용곤 병원장은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인공관절 수술 외에 또 다른 선택지인 줄기세포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기반으로 환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의료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수 줄기세포→지방 줄기세포, 패러다임 변화
보다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겠다는 열정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제도에 발목을 잡혔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황우석 사태의 잔상 탓인지 그동안 유독 줄기세포 치료에는 심사가 인색했다.
그나마 최근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하는 ‘골수 줄기세포 주사’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면서 고무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다만 신의료기술 허가를 받은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주사제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인정해 줬지만 연골 재생 효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골수 줄기세포치료는 10년 전 의술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요즘 중간엽줄기세포가 훨씬 많고 연골 재생효과가 좋은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관절염 치료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심혈을 기울여 온 기술도 바로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 치료다.
골수 줄기세포는 지방 줄기세포 대비 염증 완화와 연골 재생 효과를 발휘하는 중간엽줄기세포 확보가 어렵다.
특히 골수는 나이가 많을수록 중간엽줄기세포가 적지만 지방은 나이든 사람, 특히 여성에게 많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 10~15개당 1개꼴로 있다.
골수 줄기세포가 지방 줄기세포에 비해 중간엽줄기세포가 적어 염증 완화와 연골 재생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방줄기세포도 관절염 치료로 허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세사랑병원도 그동안의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근골격계 질환(퇴행성관절염)에서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와 신의료기술 등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국회와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 8월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게만 국한됐던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도 킴리아 치료(급성백혈병)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을 포함하는 내용의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재생의료 관련 행사를 잇달아 열고 첨생법 개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복지부는 이르면 11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개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노인회도 첨생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고령층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르익은 분위기, 제도 변화 기대감
줄기세포 치료는 난치병부터 항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수요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는 재생의료 및 유전자치료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38조원, 2030년 75조원, 2035년 100조원, 2040년 1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관련법을 정비해 재생의료 시설로 인정받으면 시술에 별다른 규제가 없다.
대만도 2018년 9월 재생의료법을 통과시켜 일본처럼 재생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 12월부터 재생의료 서비스가 확대됐다.
그러나 국내 재생의료는 다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희소·난치질환에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의사 재량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시술하는 길이 막혀 있고 연구 대상자인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을 수도 없다. 이는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국내 환자 약 5만명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로 원정을 가고 있다. 치료비용만 회당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에 이른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이 줄기세포 치료에 애착을 갖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국, 세계적 기술력 확보‧글로벌 경쟁력 충분"
그는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치료가 불법이다 보니 수준이 낮은 해외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례도 많다”며 “이는 결국 환자들 건강이 위협받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줄기세포 치료 빗장을 풀어 우리나라 환자들이 더 이상 원정치료를 떠나지 않도록 하고, 나아가 해외환자 유치를 통해 국부유출이 아닌 국부창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만 풀어준다면 글로벌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제도 완화에 따른 무분별한 시술 우려와 관련해서는 자가지방 줄기세포의 경우 배양기술과 시설 등이 갖춰야 하는 만큼 섣부르게 시술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용곤 병원장은 “최근 신의료기술 규제 완화와 함께 줄기세포 배양까지 허용되면 대한민국이 첨단 재생의학을 선도하는 K의료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연세사랑병원은 그동안 많은 투자와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첨단 재생의학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