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적자 누적과 환자·의사 이탈에 더해 1년째 의료원장이 없는 등 수렁에 빠진 성남시의료원을 결국 대학병원에 위탁키로 했다. 주민의 손으로 지난 2020년 설립된 지방의료원이 개원 3년 반 만에 위탁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그간 위탁운영에 대한 노조와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고 국회서도 민간위탁이 아닌 정상화를 주문하고 나섰지만, 신상진 성남시장은 “위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필수진료 제공 역량을 갖추는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며 위탁 방침을 고수했다.
14일 신상진 성남시장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개월 간 진행한 ‘성남시의료원 운영방식 개선방안 등 타당성 조사 영역’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이 발표했다.
시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의료원 위탁 승인을 요청하고 내년 초 성남시의회 위탁 동의·수탁기관 공개모집을 거쳐 내년 6월 위·수탁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신 시장은 “현재 의료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운영 방식으로 시민의 외면을 받고, 과도한 의료손실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타당성 조사와 시민·전문가 의견을 검토해 위탁운영을 처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일 평균수술 6건 미만·경증진료 80%···의사 정원 99명 중 54명만 근무
성남시의료원은 개원 3년이 지났지만, 연도별 1일 평균 수술 건수는 2.2건~5.7건 수준이며 일평균 입원은 110여명, 외래환자는 560여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병상가동률은 20%대다.
급성충수염·골절 등 일반 및 경증질환 진료 비율이 80%를 차지하는 등 동네 병·의원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게 신 시장 시각이다.
의료원 인력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올해 10월 기준 의사 정원 99명 중 54명만 근무 중이며 줄사직은 계속됐다. 2021년 9명, 2022년 28명, 올해는 지난달까지 17명이 떠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6600병상 규모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향후 의사 채용과 환자 유치 모두 전망이 어둡다는 시각이다.
의료원 지원을 위한 성남시 재정부담도 늘고 있다. 성남시는 2016년 법인 설립 후 8년 간 연평균 275억원의 출연금을 의료원에 지원했지만, 의료손실은 ▲2020년 465억원 ▲2021년 477억원 ▲2022년 547억원 ▲올해 634억원(추산) 등으로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향후 5년 간 최소 1500억원의 재정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상진 성남시장 “위탁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탈바꿈 계기 마련”
이에 신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이 지방의료원으로서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소개한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의료원 내부 직원 설문조사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의료원 진료를 적극 권장하겠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진료와 의술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81.9%를 차지했다.
신 시장은 “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며, 필수 및 중증 진료·미충족 의료,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탈바꿈해 선도적 공공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탁운영과 함께 시장 직속 ‘비급여수가심의위원회’를 설치해서 진료비 상승을 조정하고 공공의료사업을 확대하겠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착한적자’는 시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위탁운영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의료원 건립 과정서 보여준 열정과 애정에 찬사를 보낸다. 이제는 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한 시정 발목잡기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시민공동대책위·보건의료노조 “타당성 조사 보고 철회” 촉구
성남시 행보에 대해 노조와 일부 시민들은 폭발했다. 이날 성남시의료원위탁운영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시청 앞에서 “시민과의 공론화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타당성 조사보고회를 취소하라”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주민 발의로 설립된 의료원의 민간위탁은 공공의료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라며 “성남시의료원 경영난은 직원 탓도, 직영 문제 탓도 아니며 운영주체인 신상진 시장과 성남시 무책임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성남시의료원에는 감염병 전담병원 운영으로 인한 적자 회복기 지원이 필요하지, 위탁운영은 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는 “수백억 적자를 낳는 의료원이라는 멍에를 씌워 주민들에게 불신을 초래하고 경영정상화 노력은 커녕 의료원장을 1년 이상 공석으로 방치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