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증원해도 부실 교육 우려가 없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확대 및 시설 확충, 카데바(시체) 확보 등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카데바가 무엇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기자재로 보는 것이냐"며 의대 교육 핵심은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23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KBS 1TV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는 TV토론회에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대 교육 질 저하를 두고 큰 입장차를 보였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이 2000명으로 증가하면 이들을 교육할 장소와 시설 등이 부족하며, 교수 인력 역시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의대 수요조사 당시 일부 의대는 대강 보고만 갔다는 얘길 들었다"며 "의대 학장과 대학 총장 간 의견이 달라, 수요조사 시 과다한 인원 배정을 요구한 학교도 있었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 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며 "제가 1980년도 졸업정원제 도입으로 정원의 30%를 더 선발한 해에 신설 의대에 입학했다. 당시 강의실이 부족했으며, 더 큰 애로사항은 카데바가 전체 6구에 불과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학생이 100명 이상이라 카데바 1구당 15~20명이 배정됐는데, 앞에 10명과 달리 뒤에 10명은 실습 장면을 보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학생들이 병원에서 주로 교육받는데 환자와 교수가 있는데 10~15명의 학생이 들어가서 실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즉, 양질의 의사 인력을 양성하려면 의대 교육의 질이 보장돼야 하지만 갑작스럽게 2000명을 증원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부실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방면으로 노력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립대 의대 교수를 늘리고, 타과 기초과학 교수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차관은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도 지금처럼 교육할 수 있도록 교수를 충원할 계획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며 "국립대 교수는 충원하고, 사립대는 재단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교수를 확충해 의대 교육의 질을 후속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 교수 부족 이유를 물어보니, 한 분이 교수 3명당 학생 1명, 어떤 학교는 교수 2명당 학생 1명씩 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며 "타과 기초의학 교수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1대 1 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차관은 "의대 수요조사 당시 의대 학장과 대학 총장 간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었는데, 총장은 학교 전체를 보기 때문에 공용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 강의실로 쓰는 방안을 제안한 경우 확인해 반영했다"며 "시신, 심장 등 기자재 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정부가 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면 극복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노력하면 카데바도 구할 수 있다는 박 차관의 발언에 토론회를 보던 의사들이 발끈했다. "의대에 카데바가 부족한 이유조차 모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의대생 때, 비교적 시신 기증이 잘 되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카데바 하나에 10명 이상이 달라 붙어 실습했다"며 "공급이 좁고 실습도 쉽지 않아 부위별로 나눠가며 힘들게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카데바를 정부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력하면 가능한 일을 왜 지금껏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지방대 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는 "병원 수술실로 실습을 가면 여러 인원이 돌아가면서 보고, 안 보여서 의자를 가져와 올라가서 관찰했다"며 "이마저도 환자가 교육 자체를 원치 않으면 보기도 배움의 기회마저 갖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