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대가 정부와 의료계 간 의대 정원 갈등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의대 증원을 원하는 대학 본부와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 및 의대생, 총동문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4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제16차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의대 정원을 충분히 늘리고, 지역 인재 정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교육부가 전국 40개 대학들에 대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마감하는 날이기도 하다. 대학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경북의대의 경우 대학 본부와 증원 관련 의견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입생 정원을 2~3배가량 늘려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태환 의대 학장은 항의 서한을 보냈다. 본부의 수요 설문조사 절차에 문제제기하며 대규모 증원이 의학교육 질 하락 및 지역의료 확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
현행 동결 혹은 10% 증원 제안을 거부한다면 학장을 사퇴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경북의대 교수회와 동창회도 2일 성명서를 각각 발표하며 권 학장을 지원 사격했다.
교수회는 "총장은 의학교육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의대 입학 증원안을 거부하라"며 "의대 교수 전체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교수회는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경북의대 및 의전원 동창회장도 "새롭게 힘찬 한 해를 시작해야 하는 의대와 병원은 정부 정책 강행으로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며 "총장이 주장하는 250~300명 증원은 수용 능력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한 담론은 의대, 부속병원, 전임의, 전공의, 학생 등 각자 생각이 다르니 협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동창회나 학교 입장에서 학생과 교원, 동창회 회원이 느는 것은 환영해야 마땅하지만 250명 이상 한꺼번에 지옥 같은 교육을 받은 우리의 전철을 밟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호소했다.
4일 경북의대 필수과 교수는 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피력했다. 번아웃과 함께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경북의대 학생들도 호소문을 통해 대학에 의대 정원 수요조사 제출을 거부하거나 0명 제출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대생들은 "경북의대 학생 일동은 의대 정원 증가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현 정원의 2배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려가 큰 저희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총장님과 교수님들이 들어주시고 함께 하길 바란다"며 "모교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