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서동준·이슬비 기자]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로 교육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의학교육 필수과정인 실습은 부속병원에서 2~4배 늘어난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갑작스럽게 늘어난 학생들을 위한 교수 확보 및 실습 등 제반 교육여건이 갖춰질 수 있을지 현장에서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현재 휴학한 남학생들이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공중보건의사·군의관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교수들까지 사표를 던지면서 교육·연구 기능마저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 업무 가중 문제도 부각되면서 병원들에도 화살이 가해질 전망이다.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정부는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확대키로 했으며 국회도 ‘간호사법’을 재발의, 의사와 간호사 업무범위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혼란 속에 대다수 수련병원은 매일 수십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편집자주]
정부는 의학교육 질(質) 담보를 위해 “국립대병원 교수 1000명을 충원하기 위해 수요 조사를 시행하고, 향후 의대 시설·설비·기자재를 늘리겠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지원이 따르더라도 급작스레 늘어난 인원 탓에 이론 교육과 실습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휴학생들이 복학할 경우 각 대학들은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들은 부속병원에만 실습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 민간·공공의료기관과 교육협력을 맺은 병원에 며칠씩 순환 실습을 시키도 한다.
데일리메디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의대생 ‘교육’을 전제로 설립된 대학 부속병원의 병상 수와 본과 3·4학년인 2개 학년 실습생 수를 통해 실습 교육 여력을 가늠해봤다. 이번 조사에서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 병상 수는 제외했다.
4배 증원 충북의대, 937병상 보유…실습 병상 수 줄어
우선 충북의대의 경우 가장 많은 인원을 받아 의료계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기존 정원 49명에서 2025학년도 정원이 200명으로 약 4배 급증했다.
충북대병원은 937병상을 보유하고 있어, 현행 실습생 한명 당 병상 수는 9.56개다. 그러나 정원이 200명으로 늘게 되면 2.34개로 줄어든다.
아주의대와 단국의대, 울산의대는 모두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 정원이 늘었다. 각각의 부속병원은 ▲1318병상 ▲1104병상 ▲1150병상 등을 보유하고 있다.
2개학년 실습생 대비 병상 수의 경우, 아주의대는 16.48개에서 증원 시 5.49개로 줄어들며 단국의대는 13.8개에서 4.6개로 줄어든다. 울산의대도 14.38개에서 4.79개로 여력 병상이 감소한다.
강원대병원에 768병상을 보유한 강원의대는 정원이 49명에서 132명으로 늘면서, 실습생 대비 병상 수도 7.84개에서 2.91개로 낮아진다.
이들 학교 사정과 달리 증원 폭이 크지 않고, 산하에 부속병원이 많을수록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산하에 부산·해운대·상계·일산 백병원 등 부속병원 4곳을 갖고 있고 인제의대는 그 비율이 크게 줄지 않았다.
이곳은 정원이 93명에서 100명으로 늘었고, 실습생 당 병상 수는 17.68개에서 16.44개로 미미하게 변했다.
973병상이라는 적은 병상 수 대비 정원이 125명으로 많았던 조선대병원은 광주보훈병원·국립나주병원·호남권역재활병원·창원한마음병원 등에 돌아가며 실습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이번에 150명으로 정원이 늘었지만 조선대병원 병상만 따지면 실습생 대비 병상 수가 3.89개에서 3.24개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지금도 실습실 돌려쓰고 짐덩어리 취급”
유급자가 많은 학년은 자리를 못 잡으면 수업을 듣기 어렵고, 책상을 욱여넣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실정이라는 게 의대생 증언이다. 실습도 마찬가지다.
우성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병원 실습을 돌면 수십명의 학생이 실습실을 돌려 쓰고, 직원들의 동선을 방해하는 짐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 한 명이 제대로 된 실습을 하려면 10병상이 필요한데, 현재 병원들 사정으로는 이 같은 교육이 이미 불가하다는 게 교수들 설명이다.
조윤정 고대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최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브리핑에서 “의학과 3~4학년이 대게 3~4달 정도 일시에 병원 실습을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의대는 한 학년 정원이 200명이 되면 400명이 함께 충북대병원으로 나가는 데 병상이 800개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400명이 제대로 된 병원실습을 하려면 4000병상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그만큼 병원을 증축하려면 돈도 시간도 문제지만, 만든다고 해도 환자들이 차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인제의대 예방의학교실)도 데일리메디에 “의대생 증원에 대학별 부속병원 수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속병원 규모가 작은 곳은 학생도 적어야 한다. 인제대의 경우 부속병원이 4곳이라 두 학년 인원이 200명이 되더라도 50명씩 나눠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부속병원이 1곳이라면 정원이 2~3배 늘 경우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