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의과대학도 처분을 1년 이상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 개정안이 추진되는 데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대한의학회·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5개 단체는 2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의평원에 대한 협박이 상식의 선을 넘어 부실한 의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 입법예고는 의평원의 인증평가 과정을 무력화하려는 의향"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5개 단체는 "개정안 입법예고는 의평원의 인증평가 과정을 무력화하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전심의 대상이 아님에도 이같이 통보한 것은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제6조 제7항에 따르면 ‘평가·인증의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하거나 평가·인증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단 또는 폐지할 때에는 결정 후 1주일 이내 그 사실을 교육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고 돼 있다.
5개 단체는 "교육부가 의평원을 상대로 인정기관 재지정 처분을 가지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입학정원 증원으로 초래될 수밖에 없는 의대 부실화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입틀막'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의과대학 평가 인증 기구로 의평원을 재지정하면서 주요 변화 평가·중간 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재지정 조건을 통보했다.
의평원은 사전 심의 절차가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즉각 이의신청을 했고, 교육부는 중간 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을 제외하고 주요 변화 계획서 평가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재지정 조건으로 다시 통보했다.
5개 단체는 "이번 개정안으로 교육부는 무리한 의대 증원에 따라 발생할 문제를 숨기기 위해 정상적인 의학교육 평가 수행조차 막으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의대 불인증에 따라 발생되는 해당 의대 소속 의대생의 의사국시 지원 제한 등의 문제가 예상되자 의평원의 의과대학 평가인증 자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해 의학교육 질(質) 관리를 포기하고 우수한 의사 양성을 막겠다는 비상식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이는 수십년간 쌓아온 의학교육에 대한 노력과 헌신,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의대 교육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부실의대는 부실 의사를 양성할 것이 자명하고, 종국에는 국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당 개정안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면서 "국민 건강 훼손에 앞장선 관계자들을 모두 밝혀 의법한 처분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