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간호법 통과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법)이라는 빨간불까지 켜졌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 중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요청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과 촉구 서한이 법사위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총파업’을 공공연히 언급한 의협 등 의료계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세워진다.
앞서 의협 등은 간호법 통과 ‘데드라인’을 본회의 의결로 제시했고, 의사면허법에 대해서도 총파업을 ‘수차례’ 공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17일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간호법을 의결했다. 간호법 통과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의사일정에는 추경안 관련 안(案)만 있었으나, 이의 통과 후 민주당 소속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간호법 논의 시작을 제안했다.
이 같은 의사일정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간호법을 의사일정에 넣어 왔는데, 예측가능한 의사일정도 아니다”라며 “극단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간호법에 이견이 있다면 축조·심의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며 제1법안소위원장인 김성주 의원 보고를 용인했다. 국회법 제58조는 제정법안의 경우 축조·심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 반발에도 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논의가 진행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오후 6시께 퇴장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김 위원장은 “축조·심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라고 일축하며 전체회의 의결을 마쳤다.
결국 민주당은 오후 6시 15분경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의결을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법사위, 본회의 등 뿐이다.
아울러 보건복지위는 이날 김 위원장 명의로 법사위에 의사면허법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앞서 오전에 있었던 회의에서는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 의원만으로 “위원장이 국회의장에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방법까지 제시됐으나, 재적 위원 수가 부족해 법사위에 위원장 명의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 간 이견이 노출돼, 의사출신 신현영 의원에 대한 유감 표명이 나오기도 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강기윤 간사가 이견을 표했고, 인재근·신현영 의원도 부재해 5분의 3 의결로 의사면허법을 통과시키기에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의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법안에 대해 이견을 표한 것에 유감”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신 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신 의원이 반대 의견을 공공연하게 표현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의원들이 양 법안의 통과를 서두른 것은 이달 28일 보건복지위가 해산되고, 후반기에 새로운 상임위원회가 꾸려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기간 중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다면 전반기 임기 중 마지막 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속 상임위가 어떻게 되든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의협,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 ‘촉각’
의협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간호법이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됐을 뿐만 아니라 법사위에 계류된 의사면허법에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호법 제1법안소위 의결에 의협은 ‘총파업’을 거론하며 맞섰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의협이 데드라인으로 본회의 통과를 설정했다는 점,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점, 전공의·대학교수들이 참여하지 않는 한 파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의사면허법이 시행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사들의 ‘밥그릇’과 관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과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법과 의사면허법을 맞바꾼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일단 의협은 간호법 통과에 대한 언급만 내놨다. 의협은 “14만 의사들은 분연히 궐기하여 부당과 부정에 항거할 것임을 선언한다”면서도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을 위한 국회의 올바른 마지막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