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울산에 의대 정원을 인가 받았음에도 실제 교육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울산대학교가 향후 유관기관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가 된 현행 의대 교육과정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부터, 지금처럼 교육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체계를 유지하자는 입장 등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분분한 모습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달 열린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사립대학들이 지방의대 정원을 확보한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의대를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받은 몇몇 지방 소재 대학들은 부속병원이 아닌 교육병원을 지정해 의과대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대학을 육성하고자 했던 당초 정책 취지에 위반된다는 것이 서 의원측 주장이다.
그는 특히 울산대병원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울산대는 예과 2년과 본과 4년 과정 중, 울산에선 예과 1년만 교육한 뒤 예과 2년 과정부터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하고 있다.
지역 유일의 의과대학이자 지역주민 의료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울산대병원의 이 같은 방침은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울산대학교 및 울산대병원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학교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이 나왔고 이에 대한 교육부 등 조치가 있으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내부회의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예과 2학년부터 서울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본과 1학년부터로 늦추는 방안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상 문제가 없어도 '편법'이란 비판이 있는 만큼, 주무부처 권고나 지침이 있다면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울산대학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국내 최고 수준 서울아산병원 교육 인프라 활용 못하는 방안은 학생들에게도 손해"
하지만 한편으론 이 같은 지적에 아쉬움을 표하는 학교와 병원 관계자들의 여론도 있다.
울산대학교 관계자는 “국내 최고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의 교육 인프라를 적극 활용코자 이같은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대학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당초 취지와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대 의과대학의 다른 관계자도 “현행 예과 2학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업을 받게 하는 ‘통합임상교육과정’은 대내외적으로 교육과정 높은 효과가 입증됐다”며 “교육기관 입장에선 국내 최고 시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
울산대 의대에서 이 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일부 의사들 또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울산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전공의는 “의료진이나 환자 수, 시설 등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육병원이 없는 많은 의대에서도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회귀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지방의대 정원 인가를 내줄 때는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란 목적이 있었던 것도 맞지만, 그동안 사회도 많이 변화한 만큼 새로운 해결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제2 병원 설립 등 별도 정원 확보 방안 등 제기
울산대병원 일부 관계자들은 이 사안을 '별도 정원 확보'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앞서 울산시와 울산대학교, 울산대병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충 정책에서 50명 정도 인원을 울산시가 확보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울산대학교 제 2 부속병원을 설립, 울산대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별도 교육과정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울산대의대 또 다른 관계자는 "울산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여러 교수들은 '별도 트랙 신설' 방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물론 이는 개개인의 생각일 뿐 정부가 문제를 지적한다면 마땅히 시정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