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의사 채용' 하늘의 별 따기···수용자 의료 바닥
박봉에 업무 가중으로 의무관 없는 구치소·교도소 21%, 재직 의사들도 '이탈' 우려
2021.09.16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기획 上] 교도소나 구치소 등 전국 교정시설이 만성적인 의료인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사자인 의사들의 고충은 더 심각하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렇잖아도 부족한 인력에 업무량은 늘고 있지만 보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용자의 악의적인 고소·고발로 피해를 입는 사례까지 빈발하면서 마음조차 편치 않다. 의사들의 교정시설 기피현상이 심화하면서 수형자들의 치료 등 의료서비스 등의 처우가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가 된 교정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관계당국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편집자주]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2021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도소나 구치소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의무관은 총 92명으로, 전체 정원 117명 대비 25명이 적었다.

충원율로 따지면 78.6%로 수용자를 진료하는 의무관 자리 21.4%가 공석인 셈이다.

문제는 매년 줄어드는 충원율이다. 교정시설 의무관 충원율은 지난 2011년 90%에서 2015년 84%로 떨어지더니 2020년 78.6%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교정시설에서 의무관이 정원을 채운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용자를 진료하는 의무관이 만성적으로 부족했다는 얘기다.

의사들이 교정시설을 피하는 이유는 높은 업무강도와 이를 보상하지 못하는 급여 등 처우에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진료 건수는 지난 2011년 504만 건에서 2020년 925만 건으로 9년 사이 402만 건(83.7%)가 증가했다.

이는 보건소 등 다른 공공의료 시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의사 1명 당 월 평균 8300건, 일 평균 277건의 진료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업무 강도에도 보상은 열악하기만 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교정시설 의료처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교정시설 의무관 평균 연봉은 민간 종합병원 의사의 50~60%에 그쳤다.

특히 교정시설 의무관은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환자가 생기면 출근을 해야 하지만 당직, 야근, 휴일수당 등 추가수당을 일체 받지 못했다. 의무관이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충원은 커녕 남아 있는 의무관마저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시설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올해 간호사 정원을 18명 증원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의무관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의료인력 중 의사를 채용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하반기 일괄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나 안 되는 경우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무관 없는 자리 공보의들이 떠안아 

의무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그 역할을 대부분 공중보건의사가 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8월초 기준 전국 교정 시설 5곳이 의무관이 없는 상태였고, 공보의 한 두명이 수용자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법무부는 교정시설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보의 인력 증원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교정시설 공보의는 91명으로 직전 년도 대비 20명이나 늘었다. 교정시설 공보의는 지난 2005년 113명에서 2010년 81명, 2015년 53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 몇년 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보의 증원으로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공보의들 입장이다.

현재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 A 씨는 "교정시설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력 전반적인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A 씨는 특히 "전국 대부분 교정시설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의사 한 명이 3~4명의 일을 하고 있으며 수용자 수 백명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지방은 상황이 더 열악한 실정이다. A 씨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교정시설 내에서 치료 등 의료 질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정시설 수용자 불만 1위 ‘의료조치 미흡’
 
실제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국가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0 국가인권위원회 통계'를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교정시설에서 수용자가 진정을 넣은 사례는 총 3만2748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7964건(24.3%)가 '의료조치 미흡'이었다. 인격권 침해, 부당한 조사, 열악한 시설, 폭언, 폭행보다 의료에서 불만을 느끼는 수용자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의료조치 미흡은 지난 2001년 4건에서 2010년 407건으로 급증하더니 2020년 435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앞서 2017년에는 674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수용자 상담 사례에서도 의료는 1등으로 꼽혔다.

자료에 따르면 수용자 상담 사례 4602건 중 1546건(33.5%)이 '의료 불만'이었다. 이는 인격권 침해(759)건보다 2배, 외부교통 권리제한(251건)보다 5배 높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외부 이송진료, 초빙진료, 원격 화상진료 등 다양한 형태로 수용자 의료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지방 교정시설 관계자는 "현재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은 없다"고 이 같은 주장에 상반되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원격의료 확대 추진 등 해법 모색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무부는 올해 초 원격의료 확대를 해결 카드로 꺼냈다. 법무부는 올 상반기 6개 교정시설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당시 법무부는 "코로나19로 대면의료 중심 의료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며 "교정시설 방역체계를 유지하면서 수용자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교정시설에서 진행한 원격의료는 총 2만4088건으로 5년 전 1만498건보다 2배 증가했다. 주요 진료 과목은 정신과가 1만8659건(77.5%)으로 가장 많았으며 피부과가 2213건(9.2%)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호흡기 및 소화기내과 574건(2.4%), 정형외과 465건(1.9%), 신경내・외과 425건(1.8%), 내분비내과 442건(1.8%) 순으로 집계됐다. 심장내과와 비뇨기과는 각각 311건(1.3%), 120건(0.5%)을 차지했고 기타는 879건(3.6%)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급한 불만 끄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또 다른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B 씨는 “코로나19로 원격의료가 시대적 흐름일 수 있으나 교정시설에서 원격의료를 논하기 전에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원할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정시설에서 원격의료를 활성화할 경우 수용자 약물오남용 등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실제 교정시설 내 투약 처방 현황이 뒷받침한다.

지난해 교정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수용자 926만 명 가운데 893만 명(96.5%)이 ‘투약’ 처방을 받아 약물오냠용에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B 씨는 또 "교정시설에서 원격의료를 하면 수용자를 정확하기 진료하기 어렵고 결국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게 된다"면서 "원격의료 확대가 아닌 정신과 전문의를 확충해야 하고 원격의료는 보완적으로 활용하면서 대면진료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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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식 09.16 10:19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빨리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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